[대호법] ‘원불교가 나였고 내가 원불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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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법] ‘원불교가 나였고 내가 원불교였다’
  • 박혜현 객원기자
  • 승인 2021.11.23 03:43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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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Ⅰ┃지타원 이경일 대호법·구로교당


대호법(大護法)은 공부와 사업에 큰 업적을 쌓아 공부성적과 사업성적을 합한 원성적이 정특등에 해당하는 재가교도에게 내리는 법훈이다.

지난 11월 6일, 법을 위해 몸을 잊고 공(公)을 위해 사(私)를 버리는 생활로 성스러운 대호법 법훈을 받은 구로교당 지타원 이경일(85·志陀圓 李敬一) 대호법.

“처음에는 교리보다 교무님들이 좋아서 열심히 다녔지만, 어느 순간 원불교가 나였고 내가 원불교였어요. 개인 생활보다 교무님과 교당이 먼저가 되더군요.”

교당이 좋고 교무님이 좋아서 즐겁게 했던 일들이 교당에 힘이 되었고, 자신에게도 공부가 되었으니 그저 행복하다며 천진보살의 온화한 미소를 짓는 지타원 대호법. 큰일 하는 교무들이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것을 입어야 한다며 자신보다 교무를 먼저 챙길 정도로 교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내비쳤다.

“아궁이에 물이 차고 마루가 꺼질 정도로 옹색한 공영주택에서 구로교당이 출발했어요. 쌀이 떨어져 밀가루로 일주일 끼니를 때우며 초창기에 고생한 교무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너무 죄송하고 감사한 분들이지요.”

그후, 집에 선물이 들어오면 교당에 가져가기 바빴고, 오직 교무를 위하고 교당·교단을 위하는 재미로 살았다고.

 

교단 내외사업 적극 동참

남편이 하는 학원 사업이 잘 되어 마음먹은 교단 일을 할 수 있었다며, 그는 대호법 법훈을 받은 날 남편에게 ‘모두가 당신 덕’이라면서 마음으로 큰 절을 올렸다고 한다. 그가 법훈을 받은 날에는 원로교무들이 큰돈을 모아 그에게 축하금으로 보냈다고 하니, 이것만 봐도 평소 그가 교무들을 어느 정도 챙겼는지 짐작이 간다. 이에 질세라, 그는 받은 축하금에 자신의 돈을 합해 원음방송 사옥 건립에 희사했다. 원불교를 향한 그의 애정은 끝이 없다.

지타원 대호법은 서울보은회와 갑종거진출진단(삼삼회) 회원으로 47년째 활동하며 해외교화와 전무출신 후원, 군 교화 후원 등 인재양성과 교단 내외의 각종 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은행에 갔더니 11곳에 자동이체로 기부를 하고 있다고 은행직원이 놀라더군요. 할 수 있는 데까지 빠지지 않고 동참했어요. 우리 교도들이 해야지, 교단 사업을 누가 하나요.”

원불교 교화와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두 마음 없이 내어놓는’ 그의 간절한 염원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구로교당 산증인

지타원 대호법은 구로교당 창립멤버로 교당의 산증인이다. ‘낡은 공영주택 한 칸에서 시작하여 엘리베이터가 있는 반듯한 교당이 되기까지, 그는 일구월심 교무와 교도들이 하나로 단결하여 교당 교화 발전을 이루도록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라고 교도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그는 교당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도 상(相) 내지 않는 교도들이 있어서 구로교당이 이 정도 발전했다며 오히려 모든 공을 교도들에게 돌린다.

“교구 바자회가 있을 때, 콩 20~30가마를 씻고 삶아서 된장과 청국장을 만들었어요. 그때 교도들이 똘똘 뭉쳐서 교당 일에 앞장섰지요. 다들 신나서 힘든 줄 모르고 하는 그 모습이 예쁘고 고마웠던 인연들이죠.”

그는 교구 바자회에서 팔지 못한 물건이 있으면 집으로 가져와 주위 인연들에게 모두 판매할 정도로 화통하고 친화력이 좋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교구 봉공회에서 판매하는 젓갈을 100통씩 가져다가 모두 팔았어요. 마른 고추도 10근씩 묶어서 많이도 판매했네요. 참으로 신바람 나게 일했어요.” 이웃들을 집으로 불러서 맛있는 것 해먹이며, 그 많은 젓갈과 고추, 된장들을 팔았으니 그의 수고는 오죽했을까. 어느 땐 남은 물품 팔려는 욕심에, 1500원짜리 물건을 팔기 위해 5000원짜리 포도를 사서 간 적도 있었다고 웃으며 회상한다.
 

 

“교구 바자회가 있을 때, 

콩 20~30가마를 씻고 삶아서 된장과 청국장을 만들었어요.

그때 교도들이 똘똘 뭉쳐서 교당 일에 앞장섰지요.

다들 신나서 힘든 줄 모르고 하는

그 모습이 예쁘고 고마웠던 인연들이죠.”


대물림된 신심과 공심

지타원 대호법의 오롯하고 통 큰 신심·공심은 자녀들이 본받아 대를 이어 교단의 주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들(허용)은 파주교당에 적을 두고 어려운 교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고, 딸(성타원 허현복)은 구로교당의 부회장이 되어 재가교역자로서 모범을 보인다.

“아들이 직장생활 하며 모은 첫 적금(1천만 원)을 교당에 선뜻 희사했었다고 교무님을 통해 들었어요. 그 후에도 어려운 일 하시는 교무님들을 꾸준히 돕고 있어요. 딸은 내 뒤를 이어 구로교당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고 있지요.”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알아서 봉공해주니 고맙다며 자녀를 향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지타원 대호법은 ‘신타원 박진신 법사’의 연원으로 원불교에 입교했다. 신타원 법사가 열반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감사한 마음을 잊지 못해 해마다 열반기념제를 모시고 있다고.

“소태산 대종사께서 어떻게 대한민국에 오셔서 이 법을 내셨는지, 내가 어찌 다행 이 법을 만나게 되었는지, 요즘 대종사님 영정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구인선진의 ‘영산 방언공사’만 하겠느냐며 오늘도 무아봉공·일심합력 할 복전을 찾고 있는 그다.

1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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