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영육쌍전’ 공부길 닦아준 승산 양제승 원정사 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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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영육쌍전’ 공부길 닦아준 승산 양제승 원정사 열반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1.11.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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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일원상, 사상선’ 공부법 설파한 큰 스승
수계농원·만덕산성지 일대 개척, 원불교 교단장
승산 양제승 원정사

 

스승은 늘 검지손가락을 들어 하나의 큰 원(圓)을 그리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진리를 찾아 헤매는 중생들에게 ‘그래, 네가 한번 답해보라’는 듯 묻고 또 물었다. 그렇게 평생을 오직 일원상(一圓相)을 화두로 중생들의 공부길을 밝혀준 승산 양제승 원정사(勝山 梁濟乘 圓正師)께서 11월 20일 오전 3시 96세의 일기로 거연히 열반에 들었다.

법위로는 정식출가위(법위등급 최고위)에 오르셨지만, 승산 원정사는 70여 성상을 손에서 괭이와 삽을 놓지 않고 메마른 황토를 옥토로 변화시킨 이사병행 영육쌍전(理事竝行 靈肉䉶全)의 산 표본이셨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농구를 메고 들에서 돌아오는 산업부원을 가리키며 ‘저들이 다 우리 집 부처’라고 대중을 일깨워 주신 것처럼, 승산 원정사는 일 속에서 법을 설하고 일 속에서 법을 훈련시킨 활불(活佛)의 사표이셨다.

전무출신으로 출가하여 일생을 수계농원에서 15년, 만덕산성지(농원 및 훈련원)에서 27년을 헌신하고, 퇴임 후에도 초선성지 만덕산훈련원 교령으로 추대되어 정신적인 지도자 역할을 하며 후진들에게 무시선(사상선)의 간단없는 공부길을 밝혀주셨다. 평생을 겸양과 청빈한 삶을 생활철학으로 살아온 승산 원정사는 자녀들에게도 전무출신을 삶을 권장하여 4남 2녀 중 장남 양천익은 기간제 전무출신으로 봉직했고, 딸 양윤성 교무(미주서부교구장), 아들 양상덕(버클리교당)·양태홍(용암교당) 교무가 그 뜻을 이어 일원회상에서 무아봉공의 큰 주인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손자녀 양덕원은 승산 원정사의 뜻을 이어 로스앤젤레스교당에서 교무로 근무하고 있다. 양윤성 교무는 이날 전무출신 대표 고사를 올렸다. 

딸 양윤성 미주서부교구장이 아버지 승산 원정사 영전에 고사를 올렸다. (사진제공=문화사회부)
전산종법사가 승산 원정사 영전에 법문을 올렸다. (사진제공=문화사회부)


전산종법사는 23일 승산 원정사의 발인식 법문에서 “승산 원정사 영가는 인생무상의 허무감에 고민하던 청소년 시절, 숙겁의 불연으로 일원대도에 입문하여 심신탈락(心身脫落)의 체험을 통해 출가를 단행하고 70여 성상을 대적공 대정진의 삶으로 일관하셨다”라면서 “창립기 간고한 교단 산업계에서 묵묵히 숨어 일하셨으나, 일속에서 공부하며 갖추신 대법력은 교단의 큰 스승으로 우뚝 솟으셨다. 특히 주세불 대종사님의 훈련법이 초선성지 만덕산에서 실체화될 수 있도록 온통 바치며 만덕산성지를 동정일여의 활선도량으로, 통철한 일원상 강의와 사상선 체험을 통해 재가출가 교역자들을 무시히 길러내는 조불(造佛) 불사의 도량으로 일구신 그 공덕은 교단 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며 승산 원정사의 해탈천도를 축원했다.

힘들고 지쳐 심신의 전환이 필요할 때나, 공부길을 헤맬 때면 만덕산성지를 찾아 승산 원정사의 일원상 강의와 사상선으로 다시 심신을 조복받고 공부길을 찾아갔던 수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은 23일 오전 10시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진행한 발인식에 참석해 스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재가출가 교도들은 23일 오전 10시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진행한 발인식에 참석해 스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사진제공=문화사회부)


승산 양제승 원정사는 전북 남원군 수지면에서 1925년 부친 양관정 교정과 모친 소갑례 교정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원기29년 중앙총부에서 입교하여 원기31년 동선에 참석해 근산 지해원 종사의 추천과 보증으로 전무출신을 서원했다. 출가 후에는 총부에서 전작 주임으로 4년여간 봉직하다 이후 수계농원, 만덕산농원, 만덕산훈련원에서 전무하셨고 퇴임 후에도 만덕산훈련원 교령으로 봉직하며 친환적 농법을 직접 선보인 무아봉공의 삶을 사셨다.

승산 원정사는 늘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 앞장서서 솔선수범하셨고, 노동의 가치를 공부와 훈련의 가치와 동등하게 생각하여 수도인의 일과 및 규칙생활을 철저히 하며 농원과 훈련원에서 정신과 육신을 단련하는 새회상 이사병행, 영육쌍전의 산 표본이 되셨다.

승산 양제승 원정사의 세수는 96세, 법랍은 67년 10개월, 공부성적 정식출가위, 사업성적 정특등 5호, 원성적 정특등으로 원불교 교단장에 해당한다. 발인식은 23일 오전 10시 중앙총부반백년기념관에서 진행하며 장지는 영모묘원 법훈묘역에 안장된다.
 

승산 양제승 원정사의 발인은 11월 23일 익산성지 반백년기념관에서 교단장으로 진행했다. (사진제공=문화사회부)
승산 양제승 원정사의 발인은 11월 23일 익산성지 반백년기념관에서 교단장으로 진행했다. (사진제공=문화사회부)
승산 양제승 원정사의 발인은 11월 23일 익산성지 반백년기념관에서 교단장으로 진행했다. (사진제공=문화사회부)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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