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덕담] 은본주의(恩本主義), 인류문명의 새로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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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덕담] 은본주의(恩本主義), 인류문명의 새로운 희망
  • 이성택 교령
  • 승인 2022.01.05 17:51
  • 호수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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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산 이성택 서울교구 교령
교산 이성택 서울교구 교령이 '개벽의 새 역사, 서울에서'란 주제로 신년 설법을 전했다.
교산 이성택 서울교구 교령

 

지금은 다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것이 바로 은본주의입니다. 신에서 인간, 인간에서 우주,

만물 위주의 대전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관점에서 지구촌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들이 모두 하늘’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 터닝포인트를 일깨워 준 것이

바로 원불교 은(恩)사상입니다.

임인년 새해를 감사와 은혜로 맞이합니다. 희망과 불안이 혼재했던 지난해 끝자락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뒤돌아보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던진 메시지와 기후위기가 우리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 가르침이 바로 은본주의(恩本主義)입니다.

인간이 살아온 역사를 추적해보면 오랜 기간 신본주의(神本主義)로 살아왔습니다. 신권주의·천권주의는 신이나 하늘을 섬기며 살아온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삶을 사는 가운데 인간은 인간의 존엄성을 깨우치게 됩니다. 신의 섭리, 하늘의 섭리로 살다가 사람이 무엇인가, 인간의 능력과 사유를 통해 우주와 자연 현상을 알아가게 됩니다. 신권주의에서 벗어나는 긴 터널을 지나 인본주의 휴머니즘 탄생은 인간 존재 재발견이라는 관점에서 일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위력을 마음껏 누리면서 편리함만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인본주의는 인간 삶에 새로운 문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아, 너희들 위주로 살지 말아라.’ 인류는 지금 이런 메시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인본주의가 가져다준 위기 앞에 인류는 공포의 도가니 속에 갇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촌에 사는 79억 인류가 살 수 있는 지구 환경 조건은 이제 2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얼마 전만 해도 40~50년이라고 했는데 급격히 줄어든 것이지요. 지금과 같이 산다면 20년 후면 지구 환경은 인간이 생존 불가능한 곳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본주의가 가져다준 결과입니다.

인본주의는 단어 그대로 인간 본위의 삶을 말합니다. 지구라는 별은 동물, 식물, 자연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만물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갑니다. 흙 한 줌,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사람 위주 의식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자연을 개발하고 인간 삶에 편리만 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자연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인간들아, 너희들 위주로 살지 말아라. 우리도 만물 중 하나이다. 우리도 너희들을 괴롭힐 수 있다. 그 실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과 하늘에서 인간을 발견한 것은 문명의 대전환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다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것이 바로 은본주의입니다. 신에서 인간, 인간에서 우주, 만물 위주의 대전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관점에서 지구촌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들이 모두 하늘’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 터닝포인트를 일깨워 준 것이 바로 원불교 은(恩)사상입니다. 천지·부모·동포·법률이 모두 부처이며,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 하였지요. “모두가 은혜입니다”라고 구호만 외쳐서는 안 됩니다. 그 실천이 처처불상·사사불공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실천은 은본주의라는 철저한 자각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지금 지구촌이 겪고 있는 병을 치료할 약재는 은혜입니다. 우리 교단은 지구촌 인류가 앓고 있는 병을 치유할 약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약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의무요, 책임입니다.

은(恩) 사상의 사회적 실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인본주의에서 은본주의로 나아가는 길만이 인류가 안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대안입니다. 새해에는 은본주의가 교단과 지구촌 곳곳에 살아가는 전 인류에게 회자되는 키워드로 떠오르기를 염원합니다.

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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