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 법문] 밥 먹기보다 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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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 법문] 밥 먹기보다 쉬운 것
  • 라도현
  • 승인 2022.02.07 21:39
  • 호수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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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의 지름길 법문 9
라도현<br>화정교당 교도<br>
라도현
화정교당 교도

「그대들이 지금은 도(道) 이루는 법을 알지 못하므로 그러한 말을 하거니와, 알고 보면 밥 먹기보다 쉬운 것이니 그 넉넉하고 한가한 심경이 어찌 저 언 막기 같이 어려우리요. 그대들이 이 뜻이 미상(未詳)하거든 잘 들어 두었다가 공부 길을 깨친 뒤에 다시 생각하여 보라.」 (대종경 서품 11장)

원기 4년(1919년) 방언이 준공된 뒤에, 이제 도(道) 이루는 일을 걱정하는 제자들의 대화를 들으시고 대종사님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도를 이루는 것은, 알고 보면 ‘밥 먹기보다 쉽다’고 하셨습니다. 대종경 서품(序品)에 나오는 유명한 말씀이지만 ‘설마 그럴 리가…’ 하고 믿지 않는 이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믿는다 할지라도 정말 뼛속 깊이 믿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도를 이룬다’는 것은 성불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대들이 ‘공부 길을 깨친 뒤에’ 다시 생각하여 보라」는 말씀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성품을 깨치는 것, 즉 견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견성하는 것은 세수하다가 코 만지기’라는 말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성품을 깨치는 것이 쉽다고 할 수 있으려면 우선 과거생에 이 공부를 했던 공력이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지금이라도 ‘바른 공부길’을 밟으면 과거시대보다 더 빨리, 더 쉽게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견성을 하려는 사람이 이 길을 모른다면 많은 노력을 해도 힘만 들 뿐 결과는 보잘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종사님은 어째서 견성하는 것이 ‘밥 먹기보다 쉽다’고 하셨을까요.

우리의 성품이라는 것은 이른바 ‘텅 비어있어서 아무것도 없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는 그야말로 한 생각조차도 머물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자리를 깨치기 위해서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힘을 들일 대상도 있지 않고, 힘을 쏟을 일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보다도 쉬운 일이 없습니다. 밥 먹기보다 쉽다고 하고, 세수 하다가 코 만지기라고 하지만, 사실은 숨 쉬는 것보다 더 쉽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자들마저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언가가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마치 지식을 공부하는 것처럼 이 자리를 알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텅 비어 있다’ ‘한 생각도 머물 수가 없다’는 것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한들, 정작 그 자리를 알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저 허공을 직접 보지 못하고 ‘텅 빈 자리’로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든 허공을 한 번만 보면 ‘허공’이 무언지를 바로 알겠지만, 한 번도 보지 못 하였다면 아무리 ‘이해하였다’고 해도 정말로 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자성을 깨치는 일은, 배우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지식습득의 방식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습니다. 공부길을 모르면 평생을 노력해도 어렵고, 아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밥 먹기보다도 쉽고, 세수하다가 코 만지기가 이것입니다.

2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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