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요경] 『금강경』 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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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금강경』 결어
  • 박세웅
  • 승인 2022.02.28 20:23
  • 호수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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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다시읽기(完)
박세웅(성호) HK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박세웅(성호) HK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금강경』 결어를 끝으로 ‘불조요경, 다시 읽기’로 시작했던 그동안의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산종사는 『금강경』 해설을 마치고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우주가 공에 바탕하여 원래 낱이 없기 때문에 불생불멸하여 인과보응의 진리가 소소하나니, 우리가 무상대도를 닦기로 하면 첫째 상 없는 공부 즉 사상 법상 비법상 까지도 다 공하여 허공 같은 심경을 가질 것이며, 둘째는 주함이 없는 공부를 하여 색성향미촉법에 끌리지 않는 원만한 심법을 가질 것이며, 셋째는 묘유의 공부로써 희로애락 원근친소에 편착함이 없이 지공무사한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니, 능히 이러하면 곧 대도를 성취할 것이며 금강경을 완전히 신해수지한 것이니라.”

정산종사는 그동안 배운 무상대도를 단순히 지식으로만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얻고자 한다면 무상(無相)의 공부를 통해 ‘허공의 심경’을 갖고, 무주(無住)의 공부를 통해 ‘원만한 심법’을 가지며, 묘유의 공부를 통해 ‘지공무사한 마음’을 써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한 번 두 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고 또 하여서 함이 없이도 절로 될 때까지, 듣고 듣고 또 들어 듣지 않아도 들릴 때까지, 보고 보고 또 보아 보지 않아도 보일 때까지 지극한 실천의 적공이 있어야 하는 것이리라.

좌산상사는 대종사의 일원상 게송이야말로 『금강경』의 결어라 천명하며 실천의 적공을 통한 절정돌파의 궤철(軌轍)을 육단계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정산종사가 밝힌 무상·무주·묘유의 공부가 녹아 있는 『금강경』 체득의 단계이며, 나아가 일체의 수행과 생활영역 전반에서 그 절정에 이르는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좌산상사의 말씀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유는 무로’는 현실 있는 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갖추고 장만하나 거기에 집착상을 다 놓아버리고 없는 데로 돌아가 안주하는 것이다. 현실은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요구에 따라서 일을 잡을 때는 천년만년 할 것처럼 머물다가도 놓아버릴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과감히 놓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2단계 ‘무는 유로’는 아무것도 없는 그 자리에서 초연히 유유자적하다가 기틀 따라 있는 곳에 나타나 종횡무진하는 경륜을 다듬고 펼치는 것이다. 놓아버렸다 할지라도 거기에 매몰돼 안주해 있는 것이 아니라 기틀을 따라 능히 한 마음을 내어 주어진 일을 정성스럽게 하는 것을 말한다.

3단계 ‘돌고 돌아’는 유와 무 그 어느 한 지점에서도 정체하지 않고 계속 돌려서 끝이 없게 하여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은 정체하면 썩기 마련이다. 없는 데에 잠시 머무를지라도 집착하여 정체하지 않고, 있는 데에 잠시 머무를지라도 집착하여 정체하지 않으면서 순환자재 하는 것을 말한다.

4단계 ‘지극하면’은 이상의 공부가 점점 깊어져서 드디어는 지극한 자리, 무등등한 자리에 도달하는 것이다. 한 가지 일을 24시간 쉬지 않고 한다고 해서 그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고 놓고 또 하고 놓고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결국 달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5단계 ‘유와 무가 구공이나’는 비록 도달이 되었다하나 유에서도 유가 없고 무에서도 무가 없어 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비록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마음 가운데 일체의 흔적이 없어서 내가 그것을 하고 있다 안 하고 있다는 것도 없고, 내가 그 경지에 이르렀다 이르지 않았다는 것도 없는 모습을 말한다.

6단계 ‘구공 역시 구족이라’는 모두가 다 비었으되 공적영지의 광명과 대기대용의 경륜과 여래지혜덕상이 원만구족한 경지에 이른 것이다. 비록 일체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지만,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능히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어서 그 능력이 절정에 이른 모습을 말한다.

이처럼 『금강경』과 일원상 게송을 함께 보면 소태산 대종사가 새 시대의 주세불로서 불일중휘(佛日重輝) 법륜부전(法輪復轉)하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우리 모두도 소태산 대종사의 법을 체받아서 영겁토록 일원대도의 법륜을 힘차게 굴려 가기를 두 손 모아 염원한다.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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