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무의 길] 원불교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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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원불교 나무꾼
  • 한울안신문
  • 승인 2022.02.28 20:34
  • 호수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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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24
강동현<br>군종교구 칠성교당 교무<br>
강동현
군종교구 칠성교당 교무

교당 옆집은 천주교 칠성성당이다. 담도 없는 사이좋은 이웃이다. 이웃사촌으로 지낸 지 10년째. 세월의 흔적만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많다. 나란히 적혀있는 종교시설 입간판은 대표적인 상징이다. 그래서일까. 신부님과 마음도 가깝다. 가장 많이 보고, 듣고, 말하는 관계이다. 군종업무부터 종교시설 관리까지 서로 챙겨준다.

올 겨울에 신부님과 함께 취업했다. 바로 나무꾼이다. 그 사연은 지난여름으로 거슬러 간다. 천주교 본당과 교당 외벽에 곰팡이가 폈다. 굉장히 심했다. 신부님과 서로의 종교시설을 살펴주며 원인을 분석했다. 깊은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벌목(伐木)’이었다.

너무 우거지고 빽빽한 나무들로 바람과 햇빛 길이 없었다. 그로 인해 종교시설들이 건조하지 않고 습기를 머금고 있다고 판단했다. 벌목은 늦가을로 정했다. 잎사귀가 떨어지고 나무가 건조해지는 시기. 그때를 기다리며 제반 사항을 준비했다.

마침내 때가 됐다. 시설관리사님을 선임 나무꾼님으로 모셨다. 그리고 역사적인 벌목을 시작했다. 시작 전 심고를 올렸다. ‘이 사업이 사은상생지(四恩相生地)로 거듭나는 기연이 되게 하소서’ 덧붙여 나무꾼들의 무사고 안전과 함께.

작업이 진행될수록 나무에 가려져 있던 외부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원하고 후련했다. 그러나 소태산 대종사의 “초목도 연고 없이 꺾지 말라”는 말씀을 표준 했다. 매사에 경외심으로 대조하고 살폈다.

신부님과의 인사는 “나무꾼님! 선녀님은 보셨습니까?”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똑같은 인사에 신부님은 “선녀님은 못 보고 성모 마리아님은 뵀습니다”고 답했다. 실제 그 날은 성모 마리아상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정리했었다.

그런데 신부님의 답변은 심금에 큰 울림을 줬다. 스스로 반조하기를 ‘아이고. 어리석은 중생이여! 벌목하는 나무꾼만 생각했는데’ 그리고 마음 깊이 새겨지는 글자가 있었다. 바로 나무(南無, Namas)이다. 나무는 산스크리트어로 ‘돌아간다’란 뜻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나무아미타불’을 “무량수각에 귀의한다”고 밝히며, “자심미타를 발견하여 자성 극락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잊고 있었다. 원불교 나무꾼은 마음 부처님을 발견하여 분수에 편안하고, 마음 낙원에서 즐거워야 함을.

성모 마리아님께 두 손 모아 공손히 감사의 인사를 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이시여! 감사합니다. 덕분에 원불교 나무꾼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신부님이야말로 진정한 천주교 나무꾼이라고.

교당으로 돌아오는 길. 대산종사의 “이 세상을 미타굴로 삼고 열반낙지로 삼아라. 그 한 마음 그 자리에 주하면 바로 천국이고, 하나님의 자리이다”란 말씀이 또렷이 새겨진다. 그 한 마음을 찾는 이. 그가 바로 원불교 나무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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