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 법문] 실지불공(實地佛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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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 법문] 실지불공(實地佛供)
  • 라도현
  • 승인 2022.03.08 08:21
  • 호수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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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의 지름길 법문11
라도현<br>화정교당 교도<br>
라도현
화정교당 교도

「그대들이 어찌 등상불에게는 불공할 줄을 알면서 산 부처에게는 불공할 줄을 모르는가.」(대종경 교의품 15장)

소태산 대종사께서 봉래정사에 계실 때, 성질이 불순하고 불효막심한 며느리 때문에 실상사 부처님(불상)에게 불공하러 가는 노인부부에게 해주셨던 말씀입니다. 그래서 노부부가 집에 돌아가 그 말씀을 좇아서 불공하려고 했던 돈으로 며느리가 좋아할 물건도 사주며 부처님을 공경하듯 정성을 들이니, 며느리가 몇 달 안에 효부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시고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곧 죄복을 직접 당처에 비는 실지불공(實地佛供)이니라.」

우리 경전에 나와 있는 가장 유명한 실지불공 법문입니다. 불효막심하던 며느리가 효부로 변하게 된 연유, 우리의 현실과 아주 밀접한 이야기로 당처불공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지불공법이 바로 원불교가 표방하는 진리적인 신앙이며, 사실적인 수행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필요로 하여 구하고자 하는 게 있을 때, 이를 부처님에게 빌거나 점쟁이의 말을 따르거나 또는 요행(僥倖)을 비는 기도 따위에 기대지 말고, 직접 그 당처에 가서 사실적으로 구하라는 것입니다.

굳이 위 법문이 아니어도, 우리가 각 경우에 맞게 인(因)을 심고 가꾸지 않는다면, 과(果)를 얻고자 하는 바람은 언제나 다 미신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근본적으로 인과응보의 진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그 어떤 기대도 소망도 다 헛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의품 8장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현묘한 진리를 깨치려 하는 것은 그 진리를 실생활에 활용하고자 함이라」고 하신 바와 같이, 우리가 ‘인과보응’이라는 진리적 신앙과 ‘당처불공’이라는 사실적 수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교법에 명시한 그 밖의 모든 신앙과 수행은 다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위 법문 속에 있는 실지불공이라는 것은, 그에 맞는 방편이 오직 달래고 뜻을 맞추어 주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상에 따라서는 그 경우와 현실에 맞게, 혹은 타이르고 때로는 야단치거나 벌을 주는 것도 또한 공적(空寂)한 지혜로서 하는 실지불공의 방법입니다.

천지가 응용무념의 도로써 춘하추동 풍운우로상설(風雲雨露霜雪)로 만물을 기르듯이, 가르치는 이가 무엇보다도 사심 없는 마음을 갖추고 있으면, 그가 하는 모든 행위가 다 실지불공인 것입니다. 지난 회에 인용하였듯이, 우리 각자의 자성은 공원정(空圓正)의 특성이 있어서 원래 스스로 밝고 두렷한 지혜가 있으니, 이 본성의 지혜로서 경계에 걸림 없는 방편을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교의품 15장의 당처불공, 실지불공의 법문은 우리에게 있어서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사실적이고 근원적이며, 또한 진리적인 가르침입니다.

3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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