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불평등과 강자·약자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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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불평등과 강자·약자의 진화
  • 박시형
  • 승인 2022.03.23 16:56
  • 호수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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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Z세대를 위한 마음공부3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박시형
강남교당 교도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1960년 미국을 강타한 히피 운동이 있었다. 서핑 USA, 호텔 캘리포니아라는 경쾌한 노래, 그리고 화창한 날씨에 구릿빛 피부로 파도를 가르는 모습이 미국의 젊은이, 아니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을 때이다. 한국의 W(War)세대는 이러한 낙원 이야기들을 진공관 라디오로 접하면서 10대를 지낸 세대이다. 달이 차면 반드시 기운다고 했던가? 풍요를 구가하던 미국, 세상 사람 누구나 부러워했던 미국에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뿌리 깊은 유색인종 차별을 반대한 루터 킹 목사, 변화의 상징이던 케네디 암살 사건, 명분 없는 월남전 참전 등이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히피 운동이다. 여기에는 불공정에 대한 저항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을 지탱했던 자본주의, 그리고 기독교 중심의 사회체제가 기성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히피 운동에 불을 붙였다. 70년대 들어서면서 히피 운동은 과도한 약물 복용, 에이즈와 같은 부작용과 더불어 사그라들었지만,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거나, 불공정타파를 위한 저항의식은 아직도 서구 사회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애플로 대변되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도전 정신 역시 히피 정신에서 만들어졌다는 견해가 있을 정도이다.

그로부터 60년 후, 한국에서 불공정이라는 화두가 한국 사회를 양단으로 갈라놓고 있다. 특히 촛불 혁명의 기폭제가 된 것은 불공정이었다.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산업화 과정에서 당연히 여겨졌던 불공정이 모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아무리 한강의 기적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해도, 이것이 가진 자들을 위한 잔치로 느끼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촛불 혁명에 의해서 출발한 정부 또한 불공정에 의한 이익 집단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한국 사회는 세대간 갈등을 심하게 겪고 있다. 마치 60년대 히피 운동을 보는 느낌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이끌었던 W세대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불공정의 문제는 심지어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는 기후 문제에까지 번지고 있다.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제한을 두려고 하는 서방세계에 대한 산업후발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동안 환경을 실컷 파괴한 나라들이 이제 우리가 조금 무엇을 하려고 하니까 제동을 거는 도구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중국 인권 문제를 공격하더라도 중국인의 마음속에는 아편 전쟁을 일으킨 서양 제국주의의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다.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불평등, 불공정에 대한 ‘중도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기독교에서는 불평등하게 태어난 사람들에 대해서 ‘신의 뜻’이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불구로 태어났지만, 여기에는 그 사람을 통해서 나타내려는 선한 신의 의지가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이 헬렌 켈러와 같은 위인을 만들어 낸 듯하다. 맹자 역시 이쪽 편을 든다. 이에 비해서 원불교는 더욱 적극적이다. 바로 ‘강자·약자의 진화상 요법’이다. 강자가 되는 것은 약자가 있기 때문이므로, 강자는 약자를 강자가 되도록 도와야 영원한 강자가 되고, 약자 역시 강자를 통해서 강자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통해서만 영원히 모두가 강자가 돼 갈등이 해소 된다는 가르침이다. 한편으로는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억지로 들리는 가르침이 요즘 같이 거룩하게 들리는 때도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해서 수많은 시민이 죽어 나가고 있다. 어느 나라든, 다른 정치적 견해가 가진 자들을 무력화하려고 한다. 강자가 되면 약자를 비틀어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 이러한 마음에서는 불공정은 연속되고 갈등은 그치지 않는다. 요즈음 약자인 우크라이나를 유린하는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가 의심하는 서구의 불공정한 침략 야욕이 갈등의 근본 이유이다.

한국의 문화마저도 말살하려 했던 일제 식민지 시대에 나온 가르침, 겉으로는 약자였던 피지배 궁벽한 시골에서 나온 원불교의 가르침, 그리고 강자였던 일본 사람들까지도 제자로 만들었던 ‘강자·약자의 진화상의 요법’이야말로, 뿌리 깊은 불공정의 인류사회에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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