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펼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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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펼쳐짐
  • 서원각 교도
  • 승인 2022.03.28 18:37
  • 호수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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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각 교도구리교당
서원각 교도
구리교당

원기106년 봄, ‘정전 마음공부 대학’에 등록해 한 학기 동안 수강했다. 첫 날, 강의를 맡은 종사님이 공부를 잘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로 정전과 대종경을 합본한 「원불교 교전」을 추천하셨다. 원불교 전서 중 핵심에 해당하면서 두께가 얇아 휴대하기 편해 자주 읽게 된다는 경험담을 덧붙이셨다. 오랫동안 공부인으로 살아온 선진의 말씀이었기에 바로 준비를 했지만 그 배경에는 <대종경선외록> 일심적공장 1장에 있는 법문이 크게 작용했다. “정신이 갈래이면 큰 공부하기 어려우니 그대들은 <정전> 한 권에만 전 심력을 기울여서 큰 역량을 얻어 보라”는 말씀이었다.

<정전>은 소태산 대종사님이 직접 편찬하신 경전이고 <대종경>은 대종사님의 언행록이니 정전과 아울러 대종경을 열심히 공부하면 큰 역량을 얻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전 마음공부 대학’의 교육 과정을 따라가느라 차분하게 교전을 독경하며 음미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한 학기가 지나갔고 교전은 다시 책꽂이에 단정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렇게 일상에 묻혀 교전이 뇌리에서 잊혀 가고 있는데, 어느 교도님이 교전 봉독을 평생에 걸쳐 350회 이상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듣게 됐다. 눈이 번쩍 뜨였다. 생각해보니 원기101년에 입교한 이래로 전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교전조차 완독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내가 원불교를 다니며 성인의 말씀을 배우고 익힌다고 하면서 어찌 그 말씀이 쓰여 있는 경전을 한 번도 제대로 읽지 않고 있었단 말인가’란 자성이 생기며 심히 부끄러워졌다.

마침 그 말을 들었을 때가 연말인지라 원기107년 새해를 맞이해 교전을 완독해야겠다는 발심을 하게 됐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경험상 혼자 하면 초심이 흐려질 것 같아서 교당 교도님들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전 분량을 보니 하루에 2~30분을 투자해 하루에 6~7장을 읽으면 한 달에 한 번을 완독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내친김에 올해 최소 10번의 교전 완독으로 원불교 교도로서 기초를 다지고 긍지를 가져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이러한 계획을 교당 단체톡방에 올리자 열여덟 분의 교도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뜨거운 반응에 놀랍고 반가웠다.

매일 정해진 분량에서 나만의 법문을 선정해 올리면서 조금씩 불법을 생활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불법시 생활, 생활시 불법’이라는 표어를 일상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특히, 내가 감화 받은 부분에 교도들이 같은 반응을 보일 때 이심전심의 묘한 동질감과 함께 가까운 법동지가 된 것 같아 참 좋았다. ‘이 분들도 제생의세의 서원을 세우고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세우고 법력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일어났다.

이런 감상은 비단 나뿐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교전을 1회 완독하고 나서 한 교도는 곳곳에 보물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보물을 찾았을 때 어떤 느낌인지는 함께한 교도들은 충분히 짐작하고 공감할 것이다. 또 한 교도는 완독 후 교전에 자꾸 손이 간다고 했다. 그만큼 교법과 가까워졌음이 아닐까 싶었다. 나 자신도 책꽂이에 고이 잠자고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기운을 교전에서 느끼고 있다. 마치 무술가의 비기가 담겨 있는 비서와 같이 책장을 열면 온갖 보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아이같은 상상을 하니 교전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이래서 서양 영화에서 흡혈귀와 싸울 때 성경을 들이대는구나 싶다.

이제 2회를 넘어 3회차 완독의 여정을 하고 있다. 1회 때 열여덟명이었던 교도가 지금은 스무명으로 늘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초심이 흐려지는데 오히려 응집력이 커지고 공부심도 깊어지는 것 같다. 2회차도 그랬지만 3회차는 또 다른 공부가 되고 있다. 어쩌면 교전에는 보물이 숨겨 있는 것이 아니라 캐도 캐도 끝없이 나오는 금광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 350회 이상을 읽을 수는 없을 테니까. 우리는 지금 3회차 봉독 중이다. 좋은 책은 기본 3독은 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3독이라 하면 글을 읽고, 저자를 읽고, 나를 읽는 것을 뜻한다. 그런 차원에서 3회차 봉독은 의미가 깊다. 법문을 이해하고,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를 파악하며, 그것을 내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

4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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