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산책] 심장이 두 개인 개미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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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심장이 두 개인 개미핥기
  • 김도연 교무
  • 승인 2022.05.04 10:51
  • 호수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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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교무의 그림책 산책 1
앰벌린 콰이물리나·에제키엘 콰이물리나 지음, 최영옥 옮김, 여유당, 2011년.
앰벌린 콰이물리나·에제키엘 콰이물리나 지음, 최영옥 옮김, 여유당, 2011년.

그림책 주인공 개미핥기는 심장 두 개를 갖고 있어요. 깃털 심장일 땐 너무 친절해서 친구들이 좋아하죠. 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선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돌 심장일 땐 너무 강해서 친구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심장이 두 개인 게 귀찮아진 개미핥기는 현명한 할머니에게 하나만 골라달라고 부탁하죠. 할머니는 깊은 숲으로 찾아오라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할머니를 찾아간 개미핥기는 어떤 것이 진짜 심장인지 알려달라고 해요. 할머니는 말하죠. 여기까지 오는 동안 깃털 심장이 없었다면 너에게 달려드는 들개가 사실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란 걸 몰랐을 테고, 돌 심장이 없었다면 스스로 강을 건널 만큼 강하다는 걸 몰랐을 거라고요. 그러니 심장 두 개를 모두 선택해야 한다고요. 개미핥기는 깃털 심장과 돌 심장이 합쳐진 진짜 심장을 갖게 됩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된 개미핥기는 어린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죠. “다른 이를 돌볼 부드러운 마음이 없다면 진정으로 강한 것이 아니고, 또 자신을 돌볼 힘이 없다면 다른 이도 진실로 도울 수 없단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에겐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나를 발견하고, 누군가에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꼿꼿하게 버티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러면서 무조건 배려하고 싫은 티 한번 안 내는 사람을 볼 때면 착하다고 좋아한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정작 그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필요 이상으로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또는 뭐든지 혼자서 잘하는 사람을 보면서 시기심을 내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정작 그 사람은 강한 척하느라 도와달라는 말도 못 하고 혼자서 끙끙대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무조건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만이 착한 것은 아닙니다. 때론 자신을 돌볼 강한 마음도 필요합니다. 무조건 혼자 한다고 강한 것도 아니죠. 때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부드러움과 강함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조화를 이룰 때 완전해집니다.

여러분은 주로 어떤 마음일 때가 많을까요?

5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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