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무의 길] 나무를 잘 심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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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나무를 잘 심었는가?
  • 김도웅
  • 승인 2022.05.11 13:19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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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30
김도웅ㆍ군종교구<br>제9공수특전여단<br>
김도웅ㆍ군종교구
제9공수특전여단

봄의 막바지, 부대는 해가 잘 안 드는 건물 뒤편에 있거나 촘촘히 모여 있어서 잘 자라지 않는 나무를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무 심기가 마무리될 때쯤 필자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지휘관의 나무 옮겨심기에 관한 취지를 접한 것이다. 그 이유는 먼저, 나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며 장병들이 땡볕에서 뛰지 않게 하려고 뜀걸음 코스에 심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성현(聖賢), 성자(聖者)의 심법인가?

‘이 더운 날씨에 나무를 왜 옮겨 심지?’라는 생각에서 그 의도를 듣고 나니 스스로 지혜의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대중과 전체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위와 같은 심법을 행했을 때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개인의 욕심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대인(大人)의 생각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마침 지휘관의 나무 심기 취지와 대각개교절 경축을 기념하는 입교식이 오버랩(overlap) 됐다.

원기107년(2022) 4월 28일 대각개교절 경축식을 2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했다. 입교식 또한 이곳 귀성부대로 전입한 뒤 처음 열게 됐다. 그동안 코로나와 비대면 예회 상황에서 입교식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올해 드디어 기념식과 입교식을 하게 된 것이다. 2년 만에 열린 입교식 그리고 총 16명의 입교 장병. 나무 심기와 오버랩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입교자 마음에 소태산 대종사의 심법과 원불교의 교법 정신을 잘 심었을까?’이다. 단 한명에게라도 소태산 대종사의 마음 씨앗을 잘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선해야 입교한 장병의 신앙·수행 생활이 제대 후에도 잘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군교화를 하면서 만났던 입교 장병 중 연락을 주고받는 인원은 한정돼 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서는 연락 한 번 하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에 단순히 전화 연락 몇 번에 군교화의 정도를 논할 일은 아니지만, 입교 장병 마음에 양지바른 곳으로 이끌어 줄 마음공부의 씨앗과 나무를 잘 심어주는 것은 필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엽에 그치는 것이 아닌 뿌리, 즉 심근(心根)이 잘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는 “밖으로 나타난 인물 학벌 등은 겉 인격이요 안으로 양심을 갖춘 것은 속 인격이라, 이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겉 인격은 지엽이요 속 인격은 뿌리니, 그 뿌리를 잘 가꾸어야 지엽도 무성하고 결실도 충실하나니라”고 말했다. 보이는 것은 늘 한계가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을 한 나무일지라도 뿌리 관리를 잘못하면 금방 썩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스스로 끊임없는 마음공부로 내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군교화의 열매가 잘 맺어지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인연이 닿는 대로 입교 장병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장병들에게 10년, 20년 이후 개인과 교단과 회상과 세상을 위한 큰 나무로 자랄 수 있게 하는 시작점은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내실을 더욱 다져서 수많은 장병이 마음공부의 큰 나무로 세상 모두의 쉴 곳이 되길 다짐하고 염원해본다.

5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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