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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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어찌할꼬?
  • 박시형
  • 승인 2022.05.26 15:53
  • 호수 1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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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Z세대를 위한 마음공부5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박시형
강남교당 교도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왜요? 25세니까’라는 문구가 어느 마트의 광고 사진과 함께 게시되어 있었다. 약간 당돌한 눈길과 자세로 어딘가에 도전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1960년대 미국, 한창 여성과 흑인의 인권이 도마 위에 오를 때, ‘왜요?’하고 반기를 든 미국 젊은이들을 연상케 한다. 한국의 War세대(60세 이상 세대)는 이러한 미국의 시대를 입소문이나 라이프와 같은 잡지 표지에서 접하면서 어린 학생 시절을 보냈다.

25세는 밀레니엄으로 전환될 때 태어나고 자란 세대이다. 이 세대들이 ‘왜요?’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꼭 부정을 위해서라기보다, 무엇이든지 주어진 조건들에 대해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이리라. 이러한 도전적인 광고는 한국에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광고는 아니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중동에서는 말이다. 최근 한국 사회를 놀라게 하는 여러 현상, 특히 K-컬쳐 역시 이러한 ‘왜요’라는 질문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문화는 외국에 잘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왜요?’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축복이다. 질문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든지, 경제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이나 북한 젊은이들이 ‘왜요?’라고 할 것 같지 않다. 한국의 War세대는 ‘왜요’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렇게 하기에는 어린 시절 너무 배가 고팠기도 하고 사회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습성이 War세대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게 하고 이후 우리 사회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비록 찬란한 산업적, 경제적인 선진국을 이루었음에도 말이다. 전쟁 세대는 앞길이 주어지지 않으면 당황하고 지나온 길에만 집착하는 세대이다. 이러한 전쟁 세대에게 ‘왜요?’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기도 낳지 않으려는 MZ세대에게 전쟁 세대는 당황하고 거꾸로 가는 답만 내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 나라를 뺏기고 사상적으로도 기댈 것이 사라진 절체절명의 조건에서 107년 전, 원불교를 탄생시킨 젊은이는 ‘어찌할꼬?’하고 질문하였다. 이러한 원불교가 지금 ‘왜요?’라는 MZ세대의 질문에 답을 요구 받고 있다. 어찌할꼬? 라는 질문의 대답은 엉뚱하게도 ‘질문하는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마음을 크게 확장하는 것, 심지어 내가 남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득하는 것, 그랬더니 모두가 은혜이더라’는 자기 내면의 확장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자기 확장의 체험이 간척지를 늘리고, 엿장사를 해서 자본을 모으고, 바보 같은 모습으로 일본순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실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대신, ‘물질개벽과 더불어 정신을 개벽할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답으로 내어놓은 것이다.

‘왜요?’라는 MZ세대의 질문에 대한 해답 또한 ‘질문을 하는 자신의 마음을 개벽하는데’서만 찾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MZ세대를 옥죄고 있는 교육, 주거, 젠더 갈등,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는 War세대가 주는 해답으로는 풀릴 수 없을 것 같다. 자기 자식만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가짜 스펙을 남발하고, 좋은 대학을 보내고 나면 한국의 교육 문제는 싹 잊어버리는 세대, 자식은 모로 가나 서울에 보내야 한다는 세대, 이웃의 자식과 손자의 양육에는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세대에게 기대하기보다는 ‘왜요?’라고 묻는 자신의 마음을 개벽하는 젊은 원불교 정신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 맞닥뜨리는 문제는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계 미래 세대가 공통으로 가질 문제일 것이다. 고르게 좋은 교육을 받고, 고르게 좋은 양육을 제공하는 방법, 그리고 모두 서울, 모두 (소위) 선진국만 쳐다보는 대신 무한한 삶의 공간을 넓히는 방법, 극단적으로 치닫는 자본주의를 개벽하는 방법 등을 원불교가 탄생한 나라에서 세상에 내어놓는 것이야말로 MZ세대가 가지는 보람된 숙제 거리이고 은혜라는 생각이 든다.

5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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