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의 마음 일기] 마음일기 20 딸에게서 느낀 엄마의 따뜻한 마음
상태바
[중산의 마음 일기] 마음일기 20 딸에게서 느낀 엄마의 따뜻한 마음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2.04 20:06
  • 호수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선방에 참석하기 위해 교당에 가 있을 때 딸 세진이가 직장에서 전화를 했다. “아빠, 지금 어디예요?” “응? 교당인데.... 왜?”
“어젯밤에 꿈자리가 시끄러워서요... 아빠가 병원에 실려 가는 꿈을 꿨거든요. 너무 걱정이 되어서요…”
딸과의 통화를 마치고 나니 나도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정말 특별히 조심하고 조심하면서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생각해 보니 이런 전화의 내용은 딸이라기보다는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의 품을 떠나서 부산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직장에 취업해서는 지방에서 하숙을 했고, 군대 갔다 오자마자 결혼했기 때문에 어머니와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22년 전에 63세로 열반에 드셨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려본 기억이 없고, 속마음을 주고받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아내가 아프거나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 결혼한 딸로부터 잘 다독여드리라는 당부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아프거나 통화 중에 조금만 힘이 빠진 목소리로 들리면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무척 걱정을 한다.
가끔 아내가 딸에게 남편에 대한 불평을 할 때면 ‘그래도 아빠가 장점이 많은 분이잖아...’ 하면서 언제나 아빠의 입장에서 아내를 설득할 때가 있다. 마치 며느리가 아들의 흉을 볼 때 넌지시 아들의 편을 드는 시어머니처럼 말이다. 때로는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마음까지 전해주는 딸, 멀리 김포공항 부근에 살면서도 매월 두 번은 강남교당 법회에 참석하는 딸이 참으로 고맙고 고맙다. 
13년 전에 딸 세진이가 결혼하고 나서는 결혼시켰다고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 섭섭한 마음도 있었다. 딸이 결혼한 후 며칠 안 되어서 아내와 함께 청계산 등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가 결혼한 딸에게 전화를 했다. 엉엉 울면서 딸이 너무너무 보고 싶으니 당장 우리 집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결혼한 딸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텐데 무조건 집으로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면서 내가 달랬다. 아내는 세진이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때로는 욕설도 퍼붓고 딸이 너무 인정머리가 없다고 꾸중도 많이 했었는데 결혼 후에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출가한 딸이 보고 싶었는지 너무 일찍 결혼시킨 것을 후회한다는 말도 했고, 가끔 딸과의 전화로 대화하는 내용도 예전과 달리 무척 다정스러워 보였다. 딸이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요리 방법이라도 물을 때는 엄마는 자상하게 일러 주기도 했다. 결혼한 딸은 잊어버려야 하는데 새삼스럽게 생각나고, 생각날 때는 옆에 없어서 매우 쓸쓸한 모양이었다.
나도 가끔 느끼는 일이지만 취직하기 전에는 취직 준비한다고 늦은 밤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집에 있을 때도 제 방에서 전화 통화 중이거나 아침 늦도록 잠자고 있어서 오죽 했으면 하숙생이라고 했을까.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확 달라졌다.
며칠만에 만나면 딸이라서 그런지 아빠의 손을 꼭 잡아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이 있어야 좋다는 말을 들을 때나 역시 아들보다는 딸이 훨씬 살갑다는 말을 들을 때는 결코 긍정하고 싶지 않았었다. 우리 집에서는 딸은 좀 무뚝뚝한 편이었고, 반대로 덩치가 큰 아들은 부모 앞에서 얘기도 많이 하고 붙임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혼할 당시에는 애기 같아서 결혼생활을 어떻게 할까 걱정도 했는데 이제는 두 딸을 키우면서 직장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 딸이 자랑스럽다. 더구나 옛날의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딸이 아니라 보드랍고 포근한 모습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품이 느껴지는 딸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2019.3.20)

 

 

 

2월2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