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중앙교의회의장실에서 다시 만났다. 서울에서의 인터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 행정수도의 중심에서 시대의 변화를 주시하며 역동적인 중앙교의회를 구현해낼 ‘공의’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넉 달여의 시간, 백 의장은 ‘시간이 참 빠르다’는 말을 건넸다. 얼마 전 열렸던 중앙교의회 제1차 의장단회의에 대한 대화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올해 첫 공식 행보라 할 수 있는 중앙교의회 제1차 의장단회의(2월 24일)가 있었습니다. 각 교구 교의회의장님들과의 첫 만남이기도 합니다.
“첫 모임이라 실은 많이 긴장했는데, 단톡방을 개설해서 의장님들과 사전 인사를 나눈 후여서 그런지 분위기가 낯설지 않고 좋았어요(웃음). 각 교구 상황을 큰 틀에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구에서 진행하는 핵심 사업들과 방향을 서로 경청했어요. 어려운 교화 여건에서도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교구 의장님들의 ‘교화’에 대한 고민과 일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 교구 상황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이 중앙교의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중앙교의회 의장단이 각 교구를 방문하는 기회를 갖자’는 의견에 담긴 뜻이 읽혀집니다.
“각 교구에서 추진하는 중요 행사에 저도 함께 참석해 축하해드리고 협력하고자 합니다. ‘임기 동안 각 교구에 한 번 이상은 방문하고 싶다’는 제 뜻에 의장단이 ‘함께 하자’는 의지를 보태주셨어요. ‘하나가 되자’는 말처럼 쉬운 문장이 없지만, 실천하기는 굉장히 어렵지요. 할 수 있는 한 함께 힘을 모으고 나누는 일, ‘혼자가 아니고 같이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는 첫 의장단 회의여서 좋았습니다.”
첫 모임을 마친 의장단들은 헤어지기 전, 중앙총부 정문에 모여 손을 모아 파이팅을 했다. ‘교화에 미쳐보자’는 구호에 담긴 의장단의 마음이 ‘한 마음’으로 와닿은 그. 그저 담박한 표현 ‘좋았다’는 그의 말에는 의장단에 대한 진한 ‘감동’과 깊은 ‘감사’가 더해있다. 중앙교의회의 역할은 뭘까, 원론적인 물음으로 질문의 방향을 달리했다.
인식과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앙교의회가 교단 속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드리고 싶습니다.”
교단 제4대 제1회 첫 여성 중앙교의회 의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여전히 무거우실까요(웃음).
“교단사적인 의미가 새겨지는 만큼, 여성 의장에게 기대하는 게 뭘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자리는 혼자 이끌어가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역동적인 중앙교의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성 의장으로서 ‘따듯한 마음’으로 재가교도님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히 임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취임 소감으로 ‘협의와 공의’가 중앙교의회의 중요한 가치임을 전하셨습니다. ‘협의와 공의’ 과정에서 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세상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좀 더 깊고 넓게 소통하며 실행을 통한 교단 변화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단 구성원들의 ‘협의와 공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가출가 교도가 함께하는 중앙교의회에 대한 인식과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앙교의회가 교단 속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드리고 싶습니다.”
이 말 끝에 백 의장은 교단의 크고 작은 일에 중앙교의회 의원들이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참여해야 (교단이)알아지고 이해되고 살펴진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체감했기 때문이다.
중앙교의회는 교단의 결의기관으로서 교단적 공화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의견제출 통로를 확대하고 제출된 의견에 대한 수렴과 반영, 피드백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조직체계에서 의견제출 절차는 ‘공의’를 모으는 주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입니다. 폭넓은 의견수렴과 함께 교당·지구·교구에서의 절차와 공의를 거쳐야 합니다. 절차와 검증이 없는 주관적인 생각이나 의견은, 결국 교단적으로 실천 가능한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반면 ‘공의’로 모아진 재가교도들의 의견은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분명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교단 발전을 위해 재가교도들의 합리적인 의견을 반영토록 하는 것은 중앙교의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재가출가가 함께 한다는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기107년(2022) 상정 승인된 ‘중앙교의회 규정 개정(안)’에 따라 의장단협의회에서 협의한 교규안을 수위단회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중앙교의회의 역할과 권한이 법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앙교의회 규정 개정(안)은 재가교도들의 교정 참여와 소통구조의 통로를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있습니다. 재가교도들의 의견을 중앙(총부)에 청원할 수 있는 법적인 통로가 열린 셈입니다. 중앙교의회에 입법기능을 부여한 것은, 어떻게 보면 원불교만의 큰 장점입니다. 교단의 중요정책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구조를 마련하고, 중앙총부와 의장단의 소통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면, 조심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이소성대(以小成大)는 초창기 교단의 정신이면서 지금의 교단을 만들어온 정신입니다. 현재 교단이 많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이소성대의 정신을 놓지않고 부정보다는 긍정으로 절망보다는 희망으로 힘차게 나아갔으면 합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입법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신중하게 중재자 역할을 하겠습니다.”
중앙교의회 의원들이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참여해야 (교단이)알아지고 이해되고 살펴진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체감했기 때문이다.
한울안초대석의 공동 질문입니다. 어려운 교화 현실을 극복하고 교당 교화를 살려낼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결국, 이 시대 교화는 어떤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종교가 세상 문명의 발전을 따라갈 수 없는 시대입니다. 시대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고 그만큼 교화의 틀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처한 곳이 곧 교당이고, 내가 수행할 수 있는 법당이며, 내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한 교당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에 구속 없이 원불교 신앙을 할 수 있다면, ‘처처불상’을 세상 속에서 시대화하는 교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법회 출석 교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교도를 인정해주고, 원불교를 아는 사람은 다 우리 교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품을 만드는 것이 ‘열린교당 열린교화’가 아닐까요.”
에필로그
교당에서 직장에서 교단 곳곳에서 장학사업과 교화사업을 실천해온 백 의장. 그는 “앞에서 리더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의미있는 일에)기꺼이 나누는 일의 소중함이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교단을 생각하는 마음에 끝이 어디일까. 인구주택총조사가 실시되는 올해, 입교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삼강오륜이 살아있는 <원불교전서> 예전이 교육계에서 활용되어지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도 간절하다. 그렇게 백 중앙교의회 의장과의 대화가 ‘원불교’ 이야기로, 내내 깊어졌다.
대담 이여원 편집장 / 사진 봉수진 사진작가 강남교당 / 편집디자인 김주희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