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교 평화교당 3000일, 미안함과 고마움의 날들이었다.
상태바
진밭교 평화교당 3000일, 미안함과 고마움의 날들이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5.06.04 11:47
  • 호수 13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소성리 원불교 교무님이 소성리 진밭교 평화교당의 평화기도 3천일을 맞이하여 원고 청탁을 하셨다. 전화 받을 때는 ‘예 그러지요’ 하면서 덜컥 쓰겠다고 하고서는 원고 마감일까지 끙끙거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미제국주의과 대한민국 역대 정권을 규탄하고 투쟁의 경과와 의의 등등에 대하여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조금은 주제 넘는 일 같았다. 그 누구보다도 사드미군기지가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 투쟁해 온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님들과 교도님들이 잘 알고 온몸으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드가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면서 느낀 생각을 편하게 쓰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들어 마감이 임박해서 두서없이 쓴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3000일, 쉽지 않는 날들이었다.

2017년 3월11일부터 시작된 진밭교에서의 평화기도는 2019년 12월 5일 천일, 2022년 9월3일 2000일, 그리고 5월 27일 3천일을 맞이한다. 3천일. 햇수로 8년이 넘었다. 지난 4월 26일 열린 18차 범국민평화행동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자주와 평화를 염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계기별 집회 행사 실천에 함께 하였다. 소성리가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집회에 참석하려면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어디 소성리에 계시는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님들 김천 성주 분들의 노고에 비할 수 있을까.

3000일. 무심히 흘러간 날들이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분노의 날, 애타는 날, 공포의 날들이었다. 소성리의 투쟁이 여기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원불교는 매우 큰 역할을 하였다. 만약 원불교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주민들만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원불교의 든든한 종교적 권위는 사회적 울림이 되었으며 원불교의 헌신은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소성리가 소태산 대종사의 원불교 성지이기도 하지만 원불교가 민족과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가 아니라면 3000일이 되는 지금까지 어찌 평화기도를 계속할 수 있었으랴.

 

소성리는 참 좋은 동네이다.

매번 투쟁하러 가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진밭교를 지나 저네들이 막는 초소까지 가는 주변은 정말 산도 좋고 물도 좋고 나무도 좋은 것을 느낀다. 김천구미역에서 내려 소성리까지 올 때면 여느 농촌지역 같은 하우스, 과수원, 들녘을 지나다가 막상 소성리 초입에 들어서면 별천지이다. 그래서 이 땅에서 가진 놈들, 지배자들은 산수경계 좋은 여기에 일찌감치 골프장을 만들어 즐겼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서울에서 연대전선 사업과 각종 투쟁과 활동으로 일년내내 콘크리트 빌딩 사이에서 지내다가 소성리에 오면 투쟁도 하지만 소중한 치유와 안식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봄이면 꽃 잔치 가을이면 단풍색들을 감상하는 것도 큰 재미다. 얼마 전에는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오동나무에 꽃이 핀 것을 보았다.

 

무엇보다도 소성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좋다.

소성리 마을회관과 진밭교는 미안함과 고마움의 자리이다. 소성리에 가면 사람들이 언제나 이구동성으로 ‘오기도 힘든데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라며 너무나 반가이 맞이하신다.

그러나 참석자들 생각은 다르다. 전 세계 패권국가인 최강의 미국과 역대 정권에 맞서 투쟁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참석자들은 대부분 주민들과 성주 김천 사람들과 원불교 교무님 교도님들, 활동가들에게 오히려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매번 소성리 왔다가 떠날 때는 뒤가 무겁다. 우리들이야 일 년 중 간간히 그것도 잠시지만 소성리에 계신 분들은 8년 3000일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우리들이야 투쟁하고 가지만 가고 나면 소성리의 투쟁은 오롯이 여기 계신 분들의 몫으로 남기고 가는 것 같아 발이 잘 안 떨어질 때가 많다. 우리들이 ‘자주 못 와서 죄송합니다’라 말하면 주민들은 늘 ‘괜찮다. 고맙다’라 하신다. 서운해 하지 않고 늘 반긴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소성리는 자주와 평화의 등대불, 고향 같은 마을이다.

제주에서 휴전선까지 대한민국 전 국토 곳곳에 미군기지가 있으며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아무 곳이나 미군기지를 만들고 무기를 갖다 놓을 수 있다. 그동안 평택, 제주, 부산 등등 여러 곳에서 치열한 미군기지 반대 투쟁이 있었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소성리처럼 지역 주민들이 나서고 전국적 관심속에서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소성리 뿐이다. 만약 소성리에서 마져 투쟁이 없다면 자주와 평화투쟁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땅에서 자주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에 있어서 소성리는 고향 같은 마을이다. 고향은 자주 가지 못해도 마음의 기둥이 되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마을이다. 소성리 사람들은 자주와 평화의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고향을 지키는 일은 힘든 일이라 소성리 사람들이 더욱 소중하다.

소성리의 투쟁은 이 땅 자주와 희망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미제국주의가 제발로 물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사드투쟁은 일제를 대신하여 80년 동안 이 땅을 지배해 온 미국과의 투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우 질긴 투쟁이다.

미국의 일극패권을 유지해 주는 두 가지 힘은 군사적 힘과 경제적 힘(달러)인데 이제 한계에 도달하였다. 전 세계에서 미국 패권의 몰락을 함께 막아주는 나라는 이제 별로 없다. 북-중-러와 브릭스(Brics)에 비하여 EU-NATO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그 바닥을 드러냈고 이제 남은 것은 대한민국과 일본 정도이다. 무너지고 있는 미 제국주의의 입장에서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소성리 사드기지는 매우 중요하다. 소성리에 밝히고 있는 반미 반제, 미군기지 철거 투쟁이 등대불 따라 전국 각지의 미군기지에서도 등불을 켜고 전국민이 함께 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소성리에서의 투쟁은 배움의 현장이다.

한 번이라도 소성리 투쟁을 함께 한 사람이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간다. 끈기를 배우고 투쟁을 배운다. 전 세계 800여 개 미군기지 중 유일하게 미군이 육로로 다닐 수 없는 곳이 이곳 소성리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소성리는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는 외지고 상시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게다가 연세들도 많은 편이라 허리가 꼬부장한 할머니들도 많다.

어지간히 투쟁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경찰의 폭력적 진압앞에서는 공포심도 들기도 하고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소성리 할머니들은 정말 용감하게 싸우신다.

미국에 반대하고 미군기지 철거 투쟁은 투쟁은 하지만 언제 끝날지, 승리할지 패배할지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투쟁의 하나이다. 농사도 지으면서 투쟁을 하는 게 또 얼마나 어렵겠는가.

3000일. 우리는 끈기를 배운다.

소성리 투쟁 참여자들은 투쟁을 통하여 미국이 어떤 나라이며 국내 지배층들은 얼마나 대미 굴종적인지, 왜 반미반전 투쟁이 중요한지를 배우고 결의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군사, 경제 모든 분야가 그렇고 친미 사대굴종사상과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극복하자고 하지만 지금의 한-미 관계가 동맹 관계인가. 평등,불평등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주종관계이다. 그런데도 기성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한-미 동맹 강화를 노래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그러나 소성리에서 열리는 집회는 해방의 자리이다. 모든 이들이 한-미-일 군동맹을 규탄하고 미군철수를 거침없이 말한다. 책 읽고 학습, 토론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소성리 투쟁은 생생하게 체험하고 함께 느끼는 산 교육의 장이다. 일상적으로는 좀 어렵겠지만 투쟁이 있을 때면 주위 동료들에게 소성리 함께 가자고 하면 좋을 것이다.

 

미국 없으면 우리는 훨씬 더 잘 살 수 있다.

소성리 오다가다 즐거운 상상을 해 보곤 한다. 사드가 철거되고 난 그 자리에 노동자 민중들의 휴양소를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부지도 잘 정리되어 있고 산도 좋고 물도 좋아 휴양소가 제격일 것 같았다. 물론 소성리 주민들이 좋아야 할 테고 그런게 정부의 정책과 예산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정권을 수립해야 가능할 것이다.

미국인 미군기지와 사드가 필요한 이유를 북-중-러의 위협 때문이라 하는데 거짓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전 세계 패권 유지와 미경제의 중심을 이루는 군산복합체의 이윤을 위하여 미군기지가 필요하고 전쟁이 필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북-중-러와 지금이라도 평화롭게 잘 지내도록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 트럼프 집권이후 미국은 정치 군사주권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무너진 제조업을 살리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제조업 생산 기반 마저 약탈하려고 한다. 미국이 관세위협을 지렛대 삼아 진행하고 있는 한-미통상협정을 잘못하게 되면 그동안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등 제조 산업 기반은 허물어지고 국내 일자리는 대폭 없어질 것이다. 한-미-일 동맹 때문에 일년 내내 전쟁의 위기에 휩싸이고 모든 지역이 기지화되고 대한민국 군대는 미국의 전세계 패권유지의 용병 노릇을 해야 할 판이다. 미국이 없어야 평화가 오고 민생이 산다.

 

승리할 수 있을까. 그날은 언제쯤일까.

간간히 ‘이 투쟁을 왜 하지.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까. 그게 언제쯤일까’하는 물음을 던지곤 한다. 매번 결론은 하나이다. ‘언젠가 반드시 승리한다. 자주와 평화를 바라는 것은 사회적 인간의 본성이며 자주와 평화가 승리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이자 전세계적 현상이며 역사발전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승리하는 방법은 당연한 말이지만 전 국민이 반미반전의 깃발을 들고 일어나서 투쟁하는 것 뿐이다. 주권 회복과 평화를 위한 투쟁은 전국민을 위한 투쟁인 만큼 반드시 전국민이 투쟁의 주체로 일어날 것이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일당들의 내란쿠데타 이후 반년만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그 6개월 동안 우리 국민들은 내란 우두머리 석방, 사법부의 노골적인 정치 개입 등등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하고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을 겪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위기의 순간순간마다 광장에 모여 놀라운 힘과 투쟁력을 보여 주었다. 내란 세력 청산의 깃발을 들고 국회앞, 남태령, 한남동, 광화문에서 모인 광장의 시민들이 ‘반미반전’의 깃발을 드는 날은 반드시 온다. 그날이 승리의 날이 될 것이다.

 

걱정 마시라. 건강 하시라.

소성리 주민분들이 소성리 처음 갔을 때 보다 많이 늙어셨다. 자주 뵙다보니 세월이 지나는 것을 잘 못 느꼈는데 사진을 비교해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실감하게 된다.

강현욱 교무님의 경우만 해도 투쟁을 막 시작할 때쯤인 2017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난다. 그때는 미소년 같았는데 지금은…. 소성리 할머님들 너무 걱정마십시오. 저들이 아무리 탄압해도 자주와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민족, 우리 민중들은 꺾이지 않고 더더욱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할머니들의 그동안 투쟁을 이어받아 수많은 이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족과 민중의 염원이 살아 있는 빈틈이 생기면 대를 이어 투쟁을 하기 마련입니다.

건강하십시오. 승리의 그날을 함께 해야겠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