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10(2025)년 상반기, 6개월여의 시간. 그들은 늘 현장에 있었다. 산불 재해로 생활터전을 잃은 잿빛 현장, 김치나눔을 위해 어려운 이웃이 있는 지역 곳곳,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원, 좋은 먹거리와 생필품을 나누는 바자회 장터 등. 대사회 보은의 현장에서 늘 그렇듯, 그들은 이웃과 함께했다.
흐르는 시간은 진가를 드러내는 법. 최일선의 현장에서 원불교 ‘봉공’의 진가를 드러내는 서울교구봉공회 임원진을 6월 26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종교동 재가단체회의실에서 만났다. ‘의류에 새 생명을’ 주는 아나바다 의류 장터(6월9~ 20일)를 마친 후,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서울교구봉공회 임원진과 나눈 대화의 주제는 ‘봉공’이다.
올 상반기 서울교구봉공회 활동 중 특별히 기억에 남은 일 또는 감상이 있다면.
김복전 교도(이하 김복전) “현충원에서 생수와 부채 나눔(6월 6일) 행사가 대 성공이었어요. 이날 생수 4,500병, 커피 2,400잔, 법문부채 3,000개를 나눴어요. 커피는 뜨아(뜨거운 커피)와 아아(차가운 커피)를 다 만들었는데, 커피도 법문부채도 인기가 너무 많았어요. 각 교당에서 봉공회원님들이 합력해주셨고, 특히 올해는 모경희 서울교구장님과 여의도지구 교무님들이 함께 해주셨어요. 이날 정복 입으신 교무님들이 원불교의 꽃이었어요. 뜨거운 날씨에도 참배객들을 맞이하며 나눔 행사에 동참하신 교무님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가슴이 찡했어요.”
김경선 교도(이하 김경선) “지구살리기 일환으로 진행한 ‘의류에 새생명을’ 아나바다 장터(6월9~20일)는 서울교구 각 교당 봉공회원님들의 후원과 합력으로 진행된 행사에요. 사놓고 입지 않은 옷들을 수거해서 서로 나누고 바꿔 입으면서 자원을 재활용하자는 취지에 적극 동참해주셨어요. 60여 명의 봉공회원들이 순서를 정해 날짜별로 봉사해주셨는데, 선착순으로 봉사 순번을 정할 만큼 경쟁률도 높았구요(웃음.) 교도님들이 정성껏 내놓은 물품들을 사가면서, ‘정말 저렴하게 좋은 옷을 살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지역민들의 인사를 받으면 큰 보람을 느껴요. 수익금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임혜영 교도(이하 임혜영) “대각개교절 기념 은혜의 김치 나눔(4월 22일)을 하는 당일, 비가 와서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지하 4층에서 진행했어요. 걱정과는 달리, 오히려 일이 순조로웠어요. 전체 7,1톤(3㎏·5㎏ 합 1,770박스)의 김치를 포장해서, 동작구 관내 주민센터와 교단 소속 복지관, 훈련원, 학교에 전달했어요. 김치나눔에 19개 교당이 참여했는데, 해당 지역 주민센터 등에 전달하며 지역사회와 교류의 폭을 넓혀가고 있지요. 1년 동안 교도님들이 교당에서 나눠준 돼지저금통을 살찌워 김치나눔 행사에 후원하는 교당도 있어요. ‘돼지 잡아서 김치 나눔’하는 날이지요(웃음.) 일 년 내내 대사회 은혜나눔을 하기 위해 정성을 모으는 교도님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큰 공부가 됩니다.”
전동성 교도(이하 전동성) “개인적으로는 청송 산불재해 피해복구(3월 24일~ 4월 5일) 현장이 가슴 아팠어요.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고, 완전히 전소된 집과 간신히 건져낸 농기구들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지요.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해서 저녁 9시까지, 이재민들과 피해복구 지원 공무원, 봉사자들을 위한 도시락 제공으로 한순간도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어요. 아침(600개) 도시락이 오전 6시에는 출고돼야 하고, 점심(750개)과 저녁 준비까지, 봉공회원들이 다리가 얼얼해 아플 정도로 고생했어요. 봉공회원님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보니,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합력해주시는 교무님 한 분, 교도님 한 분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했어요. 재해현장에서 원불교봉공회의 ‘사랑의 빨간 밥차’와 ‘세탁차’의 위력은 대단해요.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으니, 남성 봉공회원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김경선 “서울교구봉공회 은혜의 혼인상담소(이하 혼인상담소)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40여 년의 역사가 있는 혼인상담소의 취지는 ‘일원가족 만들기’입니다. 저희 혼인상담소를 통해 지난해 3쌍, 올해는 1쌍이 결혼했어요. ‘손자녀 손 잡고 교당에 나가니 너무 좋다’는 교도님이 다른 자녀도 미리 (원불교에) 내놓는다며 또 신청하셨어요(웃음.) 복 중에 복은 인연복인데 우리 교도님들께 혼인상담소가 잘 알려져서 일원가족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원불교 봉공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봉공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바람을 전한다면.
김경선 “어릴 때부터 어머니(이선초 교도)를 통해 ‘봉공’의 삶을 보고 자란 것 같아요. 정식으로 봉공회에 입문하면서는 스승님(이운권 선진)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전국 훈련때 종법사님이 ‘봉공회는 원불교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봉공회 활동이 원불교를 세상에 알리고 드러내는 일이라는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사로움 없는 지공무사한 삶 자체가 봉공’이 되도록 봉공 활동의 서원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임혜영 “교당에서 봉공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쩌면, 봉공은 숙명같아요. 제가 일머리가 조금 있는 편이에요(웃음.) 그래서인지 서울교구봉공회 임원을 맡긴 것 같아요. 색다른 바람보다는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서 교당과 교구 봉공 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임원 활동을)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일 잘하고 있다’라고 대중이 화답했다.
김복전 “서울교구봉공회 감사로 활동하면서, 임원 활동은 겁이 나서 참여를 못 했었어요(웃음.) 올해로 임원을 맡은 지 2년 차인데, 전시경 봉공회장님의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최대한 합력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봉공회를 지도해주시는 강명권 교무님의 노고 또한 정말 큽니다. 이분들처럼 상 없는 마음으로 봉공에 임하면서 공의에 합력하다 보면, 다음 생에도 원불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동성 “공부하는 봉공인이 되고 싶습니다. 연초에 계획을 세워 <정전> 봉독과 함께 법문 말씀을 실생활에서 실천하자는 유무념 조항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100여 명이 모아있는 서울교구봉공회 단체톡에 공지사항과 함께 법문 말씀을 올리는데, 봉공회원들이 한 번씩 봉독하고 연마하면 좋겠어요. 우리 봉공회원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하고 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내생을 위해 ‘예비 간사로 살자’는 마음으로 봉공회 활동에 임하고 있어요.”
임원진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듣고 있던 전시경 서울교구봉공회장(이하 전시경)이 끝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상반기 활동 속에서,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날씨’였다.
전시경 “봉공회 보은장날(4월 12~13일), 궂은 날씨에 텐트가 날아갈까봐 기둥을 붙잡고 있었어요. 김치나눔 행사 때에도 호우주의보가 내려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단을 내려 실내에서 작업하면서, 오히려 비바람 영향 없이 좋은 성과를 내서 전화위복이 됐죠. (미리 임원진과 상의해 공의를 모았다면 저의 고민이 줄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공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무엇보다도 매주 수요일 서울역 노숙인 무료급식에서 원불교 밥이 제일 맛있다는 말에 감동하며 새로운 힘을 얻어요.”
그가 생각하는 원불교 봉공의 참된 의미는 뭘까, 그의 말이 이어졌다. “봉공회 활동은 행사 자체로도 목적이 있지만, 더 크게는 은혜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원불교를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보은행사를 통해 지역민들이 원불교에 호감을 갖고, 원불교 서울교구청으로 들어오는 문턱을 낮추는 일. 그렇게 지역민과 상생하는 종교, 지역 속에서 함께 공존하는 원불교로의 역할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어요. 서로를 격려하며 최선을 다해 합력하고 있는 봉공회원들은 도반이자 저를 깨닫게 하는 스승입니다.”
먹먹하게 아프기도, 못 버티게 버겁기도 한 봉공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보은봉공으로 원불교를 알리는 사람들. 서울교구봉공회원들의 마음엔 어떤 구호가 새겨져 있을까. ‘한 달에 한 번 세 시간의 봉사, 하나(1) 하나(1) 셋(3) 봉사대.’ 전국 곳곳 교화현장 최일선에, ‘일일삼 봉사대’의 슬로건을 마음에 새긴 ‘서울교구봉공회’가 있다. ‘원불교’가 있다. 이여원 편집장
7월 11일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