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지탱해준 동력이었으며,
나를 이끌어준 서원이었습니다.”
세상에서는 그를 ‘전무출신 한의사’라고 부른다. ‘마음’을 깊이 공부한 원불교 교무이자, 한의학을 전공해 우리 ‘몸’을 공부한 원불교 전무출신 한의사 손흥도 원로교무.
‘몸과 마음의 균형’은 단순한 건강 담론을 넘어, 인간 존재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치유하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서울 보화당한의원에서 진료와 교화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직면하고, 『몸 건강 마음 건강』, 『풀어서 쓴 활인심법』, 『알기 쉬운 뜸 치료법』 등 다수의 저술을 통해 몸과 마음의 회통을 탐구해 왔다. 최근에는 신간 『건강박수 25(이십오)』를 출간해 누구나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요가’를 소개했다.
진료 현장은 그에게 교화의 장이며, 교화는 곧 치유의 과정이다. 한의학과 교법, 그리고 삶의 현장을 매개로 원불교 교리의 현대적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길, 감사와 단전 수행, 욕심을 넘어 원력으로 사는 삶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번에 출간하신 책 이야기 먼저 나누겠습니다. 『건강박수 25(이십오)』는 ‘건강 박수’에 대한 한의학적 지식에 근거해 심신을 단련하는 방법(생활요가)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전해주신다면.
“제가 50년 넘게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걸어온 생활 수도자의 길에서, ‘생활 요가’와 함께 실행하고 있는 ‘건강박수’의 내용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손은 인체 기혈 순환의 통로이자, 오장육부 기능이 발현되는 곳이며,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도구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인체를 ‘소우주’라고 합니다. 우리 손바닥과 손등에는 인체 오장육부에 해당하는 주요 경혈이 모여 있어서, 이 부위를 적절히 자극해주는 것만으로도 오장육부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인체의 기혈 순환이 원활해집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몸의 균형을 바로잡아 심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수를 통한 건강관리를 함께 공유하면 일반 대중도 쉽게 기본 건강관리를 해낼 수 있겠다 싶어서 소책자로 발간했습니다.”
전무출신 한의사로서의 사명감이나 서원이 있다면.
“전무출신 한의사로서 ‘교화’는 순간순간 저를 깨우는 동력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교화자로서의 한의사이니 개척교화가 꼭 필요한 곳은 해외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외 교화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서 침구학을 전공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교당 10주년 당시 전무출신 한의사 4명이 의료봉사를 갔었는데, 현지에서의 호응과 치료 효과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해외 교화지원의 역할이었습니다. 대학원생 제자들과 협력해 해외교당과 개척지의 의료봉사를 매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독일은 수차례 방문했고, 인도(2회), 네팔(4회), 모스크바, 몽골(5회), 캄보디아, 라오스 등을 찾아 원불교 교화지원을 위한 의료봉사를 시행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독일에 머무실 당시 레겐스부르크 의대에서 ‘신의 손’이라고 불리셨는데(웃음), 현대인들이 특별히 살펴야 할 건강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건강관리에 대한 기본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건강의 비결은 일상을 법 있게 잘 사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일상의 건강관리를 위해 세 가지를 묻습니다. 숨은 잘 쉬는가? 음식은 잘 먹는가? 마음은 편안한가? 입니다. 호흡은 들숨과 날숨이 조화를 잘 이루자는 것이고, 음식은 먹은 만큼 잘 배설함이 중요하며, 마음은 긴장한 만큼 이완을 잘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긴장 없이 살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감사생활에 바탕한 마음공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본다’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한의학에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 기혈이 잘 통하면 통증이 없고 기혈이 잘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세상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소통은 곧 불공(佛供)입니다. 사람도 내 몸의 기혈은 물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잘 통(불공)해야 건강합니다. 내 몸에 문제와 답이 같이 있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내 몸이 먼저 말합니다. 통증도 피로함도 배고픔도 배부름도 모두 말(言)입니다. 머리 아프고 배아픈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몸이 하는 말에 몸의 주인인 내가 답을 해줘야 합니다. 피로하면 쉬어주고 졸리면 잠을 자는 것이지요. 우리 몸은 스스로 정상이 되고자 하는 항상성이 있습니다. 그 몸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치료의 답이 나옵니다. 건강의 답도 치료의 답도 거기에 있습니다.”
진료실에 ‘영육쌍전(靈肉雙全)’이라고 쓰인 액자가 눈에 띕니다. ‘영육쌍전’의 시대적 실천 방안이 있다면.
“원불교는 열린 시대를 맞아 종교의 문을 연 ‘영육쌍전의 종교’입니다. 따라서 원불교에서 경영하는 한의원은 ‘영육쌍전 한의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육신의 아픔만이 아닌 마음의 아픔도 중시하면서, 환자분들과 대화하고 들어주는 것으로 진료 표준을 삼습니다. 저는 3년여에 걸친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면서 『정전』을 다시 펼쳐봤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새 시대에 살아갈 법을 짜시면서 100년 후의 지구촌 재앙 상황을 간과하지 않으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펼쳐보니 『정전』이 새 시대를 살아가는 비결로 보였습니다. 특히 『정전』 수행편 첫 조목인 일상수행의 요법은 치료의 비결이 일상(日常)에 있음을 밝혀주신 내용입니다. 원불교 교법 중 건강 관련 내용은 물론 자성의 정(定)을 세우는 ‘정신수양’과 ‘단전주 법’을 더욱 의미 깊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영육쌍전’은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앞으로의 시대에 맞게 법을 제창하시면서, 개교표어와 함께 비중을 두셨을 새 시대 인류의 생활 강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무출신의 삶을 이끌어준 원력이 있었다면.
“제 마음속에 살아있는 화두는 ‘전무출신’입니다. 전무출신이라는 말은 원불교에만 있는 독특한 언어입니다. 거기에는 사무여한의 법인성사 이후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그리시는 원불교적 인간상이 있습니다. 즉 삼학병진의 공도자상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전무출신 정신은 나를 키워준 힘이었고, 나의 초심을 지탱해준 동력이었으며, 나를 이끌어준 서원이었습니다. 대산종사님 법문 중 전무출신의 도(공심편)에 보면 “교도는 일반사회인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전무출신은 일반교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법문이 있습니다. 스스로 우리 회상에 활용되어야 할 값진 ‘자원’인 만큼, 각자가 이 시대 최선의 가치로 잘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단 발전에 적절히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진급되고 은혜롭게 살아가는 비법이 될 것입니다.”
‘회복과 전환’이라는 대전제로 교단 제4대 제1회를 보내고 있습니다. ‘일심합력’의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일심합력’은 이소성대, 사무여한과 함께 소태산 대종사님의 경륜과 포부가 담긴 우리 회상 창립정신 중 하나입니다. 대산종사님은 대각의 4단계에서 마지막 단계를 ‘일심합력’이라 하셨습니다. 일심합력이 왜 대각인가. 대각하면 합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체는 오장육부는 물론, 안이비설신의, 세포 하나하나, 피부, 수족 말단까지 합력의 산물입니다. 인체 중 하나만 합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상태를 병이라 합니다. 합력은 생명의 기본요소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도 뿌리부터 줄기까지 고루 합력해야만 생장해서 나무의 본분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생의 요소는 그저 일할 뿐 ‘나’다 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을 보면 합력이 보이지요. 몸이 ‘나 여기 있다’하면 병입니다. 심장은 끊임없이 뛰고 있되 내가 뛴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면 그것은 병입니다. 음식을 먹은 후 위장, 소장, 대장은 그냥 자기 본분을 다할 따름입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것은 병이기 때문입니다. 일 당하여 어리석은 듯 바보인 듯 사없이 낱없이 본분사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전무출신의 길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3월 퇴임 이후 자원봉사를 하고 계십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신다면.
“저는 ‘이 몸은 보은의 도구’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부족함이 많지만, 심신을 회상과 세상에 바친 원불교 ‘전무출신 한의사’입니다. (퇴임은 했지만) 전무출신으로서의 본분사는 그대로 살아있기에 노년기 해탈의 도를 표준하면서, 저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심신 간 보은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다행히 한의학은 평생 하는 공부라, 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의 건강 상태도 좋은 임상 경험이 됩니다. 한의학에서 망진(望診)을 말하는 것처럼, 나이를 먹어가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고, 환자를 보는 눈이 열려 가는 것 같습니다. 환자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진료에 더욱 편안하고 여유 있게 임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에 한 생각의 사가 없는 사람은 곧 시방 삼계를 소유하는 사람이니라(『대종경』 요훈품 45장).” 손흥도 교무의 마음속 법문이다. 그가 애정하는 성가는 138장. ‘나’ 없는 마음. 그 마음이, 스스로 표준하고 사는 ‘서원·정진송’에도 담겼다. ‘염념보리도중생 (念念菩提 度衆生), 보보불도초삼계(步步佛道 超三界), 처처보은봉공행(處處報恩 奉公行), 일흡일호단전주(一吸一呼 丹田住). 생각 생각 부처되어 중생 건지는 성불제중 서원으로 살아지이다. 걸음 걸음 제생의세의 도를 실현하며 삼계를 자유하여지이다. 손길 닿는 곳 마음 미치는 곳 인연 함께하는 곳마다 그 일 그 일 사없이 낱없이 보은하고 봉공하여지이다. 심신작용 거래 간에 한 호흡 한 호흡 마음의 집이요 생명의 근본인 단전을 여의지 않아지이다.’
그의 마음 글귀, 한 자 한 자 정성껏 내 마음에도 새기고 새긴다.
이여원 편집장 yeowon815@gmail.com
9월 26일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