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김재원 교도 
상태바
원산 김재원 교도 
  • 한울안신문
  • 승인 2025.12.10 11:49
  • 호수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불교 교전》에는 세상을 치유할
메시지가 이미 다 들어있습니다.
한 줄 법문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치유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다시 태어나는 데는, 때로 한 줄의 법문이면 충분하다. 한 청년에게 그것은 원기52년(1967) 어느 날, 원남교당 청년연합법회에서 법타원 김이현 종사에게 들었던 한 편의 ‘게송’이었다. 설명이 불가능했던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새로워졌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김재원 교도(개포교당)는 평생을 “원불교를 심는 원불교인”이라는 자기 표준으로 살아왔다. 그의 법명 풀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깃들어 있다. 통영교당 지부장으로 교단에 큰 공덕을 남기고 열반한 부친 위산 김자암(衛山 金慈庵) 교도의 유언을 집행하러 익산총부를 찾았던 날, 김 교도는 법명을 “심을 재(栽), 둥글 원(圓)”이라 설명했고, 당시 대산종법사는 “원은 만법을 총섭하는 뜻이니, 사람들에게 ‘원불교를 심는 사람’으로 살아라”라고 당부했다. 이날부터였으리라. 그는 “심을 재(栽), 원불교 원(圓)”을 마음에 새겼고, ‘원불교를 심는 사람’을 평생의 지침으로 삼아왔다.
입교 후 58년, ‘평생 교도’로 살아온 그는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교법의 사회화’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신앙 여정에 동행한다.

먼저, 기독교 청년에서 원불교 교도로 운명을 바꾼 ‘게송’ 한 편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합니다(웃음).
“제가 원불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물론 저의 어머님(위타원 송덕전 교도)의 소개이기도 합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방학에 집에만 가면, 어머님의 권유로 먼저 통영교당에 가서 교무 선생님께 인사드리는 것이 정해진 순서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그때 교회에서 열심히 새벽기도, 철야기도를 하고 철학을 탐구하던 기독교 학생이었어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있으면, 원불교에 대한 반강제적 압박(웃음)을 받고 있던 터라 (저와)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학 입학 후 원남교당 청년연합법회를 가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요.
“대학 입학 후에도 나름 독서하고 철학을 탐구하면서 교회에서 기도 생활을 해왔죠. 그때 고등학교와 대학 선배인 수산 조정제 종사님과 같이 하숙 생활을 했어요. 어느날 수산님이 학교 근처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오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만나서 간 곳이 원남교당이었어요. 그날 초청된 법타원 김이현 종사님의 설법 제목이 ‘게송’이었습니다. 그날이 제 생애의 전환점이었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 설법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풀리지 않던 가슴 속의 그 무엇, 숙제처럼 품어왔던 그 무엇의 실체가 확 열리고, 온몸이 불과 빛으로 환해졌습니다. 밤샘기도로도 풀리지 않던 진리탐구의 실체가 눈앞에서 전개됐죠.”
희열에 찼던 그날 밤, 그는 고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께 “원불교에 입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연원을 어머니로 하겠노라고. “그 다음 날 서울로 급거 상경해 너무나 기뻐하시던 어머님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원불교 입교 후 청년합창단에 참가해 새로 만들어진 성가 발표를 위해 익산총부를 방문하신 때가 대학 2학년이셨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자랑스런 합창이었어요. 고등학교시절 합창단으로, 또 대학 내에서 4중창단의 멤버로 활약하던 터라 합창 자체보다 익산총부를 방문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당시)이리역에 도착해 총부에 오니 마치 시골의 친척 집을 방문하는 느낌, 그러나 성서로움이 배어있는 정갈한 총부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부르는 성가의 3분의 1 정도가 그때 만든 겁니다. 발표하니 교무님들이 너무 기뻐하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제가 더 감동을 받았습니다.”
원기52년(1967) 새 성가 발표 현장에 참여한 그는, 서울에서 소중한 학생들이 내려왔다고 ‘귀한 반찬’인 갈치를 내어주던 교무님의 정성과 학림사에서 공부하던 예비교역자들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마음을 새겼다. “언젠가 능력이 된다면, 교단의 곤궁을 벗게 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

청년회에서 평생 동지이자 법연을 만나 결혼도 하셨지요(웃음). 
“청년회에서 저희 안사람(화타원 고영환 교도)을 만났습니다. 결혼 이후 줄곧 교당에서 법회 사회는 제가 보고, 안사람은 피아노 반주를 담당했습니다. 장모님(두타원 박효진 원정사, 상산 박장식 대원정사의 여동생)의 법계 인연 또한 깊어, 이 법 공부에 있어서는 저와 안사람이 서로에게 조언자임이 분명하고, 세새생생 함께 가야 할 법연으로 이어진 것이라 확신합니다. 2남 1녀의 가정을 꾸려 직계만 56명입니다. 지금은 저희 집안 대소사를 모두 교당으로 이관해 원불교 예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정과 추석 차례는 집에서 제가 직접 주관해 교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심고문과 기원문을 작성해 기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당연한 가족 의식이 됐어요.”

심고문을 통한 ‘생활 속 공부’를 <오늘, 깨달음의 하루>(원기93년 발간)라는 책으로도 담아내셨습니다.
“공부수행의 표준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 또한 (개포교당) 교도회장으로서 뭔가 솔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주 교당 법회 시 심고문을 작성했었습니다. (원기74~ 원기98년) 법회 심고문과 기원문, 명절차례 심고문, 제사 때의 기념문 등을 분야별로 추려 300여 편을 엮었던 기도문집입니다. 기도문집은 저에게는 공부의 정도를 나타내는 흔적이자, 자녀들에게는 일원가정의 한 지침이 될 것으로 생각해 유산으로 물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재산상의 유산 상속을 받아본 자식으로서, 재산 상속이 얼마나 유한한 것인지를 몸으로 느낀 저로서는, 자녀들에게 이미 ‘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상속 재산은 원불교다’라고 유언을 한 바 있습니다. 자녀들 모두 저의 뜻을 수용해주니 감사하지요.”

소태산 대종사님의 
‘제생의세(濟生醫世)’를 실천하는 길은, 
세상 속에 함께 하며 
아픔을 함께 나눌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법문엽서를 직접 제작해서 지인들과 공유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뜻이 있으시다면.
“원기95년(2010)부터 법문을 그림엽서로 만들어 카톡이나 밴드 등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법문엽서를 받는 친구들과 토론도 하고, 종단별 종교인 모임에서 원불교의 신앙과 수행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강연도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제생의세(濟生醫世)’의 정신을 실천하는 길은, 내가 먼저 세상 속에 함께 하며 아픔을 나눌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불교 교전>에는 세상을 치유할 메시지가 이미 다 들어있습니다. 한 줄 법문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치유합니다. 이런 바람을 담아, 작은 실천이지만 매일 아침 법문엽서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중(월~금요일)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강의를 통해 재능기부도 하시지요.
“월요일은 고등학교 선·후배, 화요일 ROTC 동기, 수요일 한강교당 교도, 목요일 재외한인여성협회 멤버, 금요일 강남교당 교도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활용법을 안내하고 있어요. 스마트폰 중심으로 생활이 바뀌다보니, 제가 조금이라도 아는 만큼 ‘생활의 도구’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고 강의한 지 어느덧 13년이 됐어요.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다 보니, 늦은 밤까지 업데이트된 기능들을 직접 시도해보면서 가르칠 내용을 준비합니다. (스마트폰) 구조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는 편이니까 ‘이렇게 쓰면 된다’라는 해답을 찾아서 전해드리는 거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이 일이 교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저의 일상이 됐습니다. 제 생활 전체가 원불교, 그 자체이기를 바랍니다(웃음).” 

에필로그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는 삶. 도반의 삶에 다가가고 그 삶을 조금 더 밝게 하는 삶. 법연들과 함께하는 이 삶이 원불교가 말하는 ‘생활 속 수행’이 아닐까. 김재원 교도의 신앙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법문 한 줄이 한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이 다시 교당을 일으킨다. 하여, 원불교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향한 그의 꾸준한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이여원 편집장

12월 12일 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