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108장 임께서 내 마음
연말이 되면 보통 참회, 반성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한다는 의미가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기독교의 회개(悔改)나 가톨릭에서 말하는 고해(告解) 등과 유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 방식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성가 87장은 참회의 노래이고, 참회(懺悔)는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개척하는 초보이며, 악도를 놓고 선도에 들어오는 초문(정전 참회문)’이라 하였으니, 이러한 의미를 알고 부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참회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뉘우치는 것을 말한다. 참회문에 이르기를 ‘참회의 방법은 두 가지가 있으니 사참(事懺)은 성심으로 죄과를 뉘우치며 날로 모든 선을 행함이요 이참(理懺)은 원래에 죄성이 공한 자리를 깨쳐 안으로 모든 번뇌 망상을 제거해 간다’ 하였으니, 1절은 사참에 해당하고 2절은 이참에 해당한다.
이 성가의 가사는 이러한 참회에 대한 의미와 방법까지도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성가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가 87장은 이공전 교무가 작사하고 김성태 선생이 작곡하였으며, 6/8박자의 느린 노래이다. 곡 머리에 ‘천천히’라고 표기되어 있으니 가사 내용과 함께 차분하고 조용하게 천천히 부르면 된다. 가창 상 어려운 점은 전혀 없으며 가사의 내용에 맞게 라단조로 제작되었음을 참고하면 된다.
성가 108장은 ‘안심곡’이다. 아마도 편집 순서의 의도는 참회 이후에 편안해진 마음의 상태를 직관하라는 것 같으며, 참회의 결과로 안심(安心, 또는 安堵)되는 경지로 안내하는 듯하다.
안심은 ‘모든 걱정을 떨쳐 버리고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며, 또는 불교의 가르침을 깨닫거나 수행의 체험으로 부동의 경지에 마음을 머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경계에 흔들리지 않으니 안심이고, 그 길을 함께 하는 동지가 있고 지켜주시는 님이 계시니 무슨 걱정이겠는가. 안심(安心)이란 말은 ‘마음을 품다’, ‘편안하다’, ‘마음 놓다’ 등의 의미를 지니지만 불교적으로는 ‘신앙에 의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고 마음의 귀추(歸趨)를 정하는 일’을 의미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일에 안심이 되고 편안해진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종교적 수행은 결국 그러한 경지에 다다르자는 것 아닐까.
성가 108장은 월보 41호(시창 17년 10월호)에 발표된 주산종사의 시 ‘바쳐서 영원’을 가사로 하였고 송관은 교무가 작곡하였다. 사족이지만 두 분은 부녀 관계이고 성가 역사에서 이 같은 경우는 최초의 일이다. 24마디의 세도막 형식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갖고 있어 부제와 같이 편안히 가창할 수 있는 성가이다.
성가이야기 11
‘둥근노래’는 교단 내에서 유통되는 노래들이지만 이들의 위상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기준이 없으므로 자유롭게 만들고 부를 수 있지만, 공식 제정 경로가 없으니 성가에 준하는 노래라고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분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부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간혹 정체성에 의문이 일기도 한다는 의견이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둥근노래도 어느 정도는 기준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다. 원기53년(1968)의 성가 제정 기준에 바탕해 남녀노소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보편적 대중성을 가져야 하며 예술성도 가미되어야 할 것이다. 원기53년의 성가는 그러한 기준이 있었음에도 규모의 문제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일부 성가가 그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교단의 조직이나 제도, 홍보의 역할이 분명하다면 적의 활용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단순히 신행이나 교화 관련 내용이라면 명확히 구분되고 기준 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성가는 ‘원불교의 성업을 찬미하며 새 회상과 신앙의 대상을 찬송하고 교단과 교리를 찬양하며 신앙과 수행, 의식 행사와 일상 생활에서 부르는 노래’이지만, 대중들이 일상생활에서 신행을 높이고 교단 만대를 이끌어 갈 깊은 공부와 흥과 멋의 대명사로 자리할 수 있도록 모든 대중이 함께하는 원불교 음악 문화의 총아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마음을 다해 바란다.
이 글은 강산 김승원 정사님께서 열반 전 보내주신 원고입니다. 투병 중이심에도 올해 원고를 모두 마무리해주신 故 강산 정사님을 마음 깊이 추모하며 ‘성가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12월 19일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