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산중학교가 여는 ‘다음 교육(Next Education)’의 길
상태바
헌산중학교가 여는 ‘다음 교육(Next Education)’의 길
  • 한울안신문
  • 승인 2026.03.17 16:23
  • 호수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불교 창립 정신과 미래 교육 패러다임의 만남

“교육이 곧 교화가 되는 시대가 온다.” 헌산중학교의 국제 바칼로레아(IB) 인증을 계기로 원불교 교육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단순한 국제 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넘어, 원불교 창립 정신에서 비롯된 교육 철학을 미래 교육 패러다임과 결합해 ‘다음 교육(Next Education)’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김성근 교무(학교법인 전인학원 상임이사)는 원불교 교육의 뿌리를 소태산 대종사의 창립기 교화 방향에서 찾았다. 

소태산 대종사의 창립기 교화 방향
소태산 대종사는 교화를 시작하면서 먼저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경제 활동을 실천했다. 저축조합을 통해 영산에 방언공사를 하고 당시 일반적인 5대5 소작분배가 아닌 7대3 소작분배 원칙을 도입해 농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했다. 이와 함께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야학 교육을 병행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받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원불교 교육의 뿌리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김 교무는 말한다. 
이러한 정신은 이후 원불교 대안교육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늘어나자 원불교는 이들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영산성지고등학교다. 당시 김현 교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육 모델이었고, 인성과 체험 중심 교육을 통해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었다.
이 교육 모델은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안병영 교육부 장관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교육 철학을 확인한 뒤 대안학교 제도화가 추진됐고, 이후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대안학교가 등장했다. 원불교 대안교육은 이렇게 한국 대안교육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새로운 도전…“대안교육에서 다음 교육으로”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학령 인구 감소와 공교육의 변화로 대안학교의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의 대안교육 모델만으로는 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대안교육’을 넘어서 ‘다음 교육(Next Education)’으로 가야 합니다. 단순히 기존 교육의 대안이 아니라 미래 사회에 맞는 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김 교무가 제안하는 ‘다음 교육(Next Education)’이다. 다음 교육은 기존 교육의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의미한다.
“과거 교육이 성적 중심의 선발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역량 중심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기술 발전은 교육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김 교무는 설명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되고 있다. 언어 장벽마저 기술로 극복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헌산중학교 IB 인증, 새로운 교육 실험의 출발
김 교무는 헌산중학교의 IB 인증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의미 있는 출발로 평가했다. IB 교육은 암기 중심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탐구 중심 교육을 지향한다. 그러나 IB 도입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IB를 계기로 원불교가 추구해온 교육 철학을 더 확장한 미래형 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IB는 출발점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관점이다. “IB 인증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IB를 계기로 원불교 교육이 가진 철학을 더 확장하고 미래형 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 교무는 특히 원불교 교육의 핵심 가치인 삼대력 교육을 강조했다. 

삼대력 교육…수양·연구·취사의 통합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 삼대력, 즉 수양·연구·취사는 미래 교육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는 이를 미래 교육과 연결해 설명했다. “수양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신을 돌아보는 힘이고, 연구는 스스로 배우고 탐구하는 능력이며, 취사는 공동체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능력입니다.” 김 교무는 최근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마음 안정 훈련을 교육에 접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반해 헌산중학교의 기숙형 교육 환경도 중요한 장점으로 꼽았다. “기숙형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협력과 배려를 배우는 교육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마음교육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실천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또한 학생 수가 적은 구조 역시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미래 교육의 핵심은 협업과 글로벌 역량
김 교무는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협업 능력을 강조했다. “앞으로 사회는 개인 경쟁보다 협업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서로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다양한 문화와 협력하는 경험을 쌓게 된다. 이는 원불교의 핵심 가치인 은혜와 상생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김 교무는 원불교 교육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교육이 곧 교화가 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 원불교의 중요한 미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헌산중학교의 IB 인증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원불교 교육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프롤로그
소태산 대종사는 창립기 교화를 시작하면서 먼저 사람들의 삶을 살피고 배움의 길을 열었다. 언제나 시대의 필요에 응답하는 실천이었다. 그 정신이 오늘날 헌산중학교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IB 인증이라는 제도적 변화 뒤에는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그 질문에 어떤 답을 만들어갈지, 헌산중학교의 다음 걸음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여원 편집장

3월 20일 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