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원로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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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원로 교무
  • 한울안신문
  • 승인 2026.04.08 13:11
  • 호수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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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는 환상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선물이 되길”

여고 시절, 국어 교사는 차마 그의 글을 교지에 싣지 못했다. 사실적인 남다른 표현력에 또래 아이들과의 실력 차를 감당하기 어려웠을까, 대신 그를 불러 이렇게 당부했다. “너는 앞으로 글을 써라.”
김홍선 교무가 어떻게 동화작가로의 길을 접하게 됐을까. 그 궁금증은, 교지에 실리지 못한 고등학교 2학년 때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교화 일선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운영하며 하루 200명의 아이를 돌보고, 교당 교화 또한 흐트러짐 없이 정성 쏟던 현장에서도, 김 교무는 늦은 밤 창문을 열고 댓잎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타자기에 매달렸다. 
거의 모든 신문사의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작과 심사평, 당선 소감을 15년간 스크랩했고 내용을 전부 분석하며 자신을 단련했던 김 교무. 그의 노력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청소년 교화를 위한 원불교 동화의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야겠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마침내, 김 교무의 동화는 동아일보 신춘문예(1994,『파랑새와 허수아비』)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교무의 동화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아이들의 마음을 밝히고 원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또 하나의 교화다. 대각개교의 달을 맞아 ‘마음을 키우는 이야기, 하늘 사람 원불교 동화’ 5권을 집필한 김홍선 교무를 만났다. 봄꽃 움튼 그날, 그와 나눈 대화다.

이번에 어린이 동화책 5권을 발간하셨습니다. 전체적인 소감부터 들려주신다면.
“먼저 동화책 5권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신 재가출가 교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동화책 발간은 교단적으로 아주 의미가 대단합니다. 돌이켜보니 23년 전 당시 교화부에서 적극적으로 청소년 교화를 위해 동화책 발간을 추진했고, 그 당시 제 동화집 10여 권, 그리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 10여 권이 발간돼 청소년 교화에 도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후 청소년 교화에 도움이 되는 청소년 교재 발간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5권을 한 질로 엮어 교화훈련부 청소년국의 노력으로 발간되니 교단의 경사요, 청소년 교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다섯 권 각각의 이야기들이 간결하면서도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 한 권 한 권의 탄생 과정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먼저『삼밭재의 산신령』작품은 원기 86년(2001), 아스라한 옛날이 되었습니다(웃음). 그때 동남풍에서 초판을 했는데 홍보를 많이 하지 못하고 묻혀 있었습니다. 어린 대종사가 동그란 바위 위에 대추와 밤을 놓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 산신령 가슴 속에 큰 별 하나가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아! 나를 찾고 있구나.’ 그때부터 산신령은 꼬마 대종사의 수호신이 되어 결국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산신령은 또다시 기다립니다. ‘또 다른 아이가 또 다른 깨달음을 위하여 기도하는 모습을.’ 저는 이 책을 보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그 책을 25년 만에 다시 수정 보완해 출간했으니 청소년 교화에 크나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사월의 종소리』를 읽으며 마음을 많이 애태웠습니다(웃음).
“‘내가 제일이야! 내 목소리가 제일 좋아.’ 종소리도 사월을 맞아 행복해서 날마다 목소리를 가다듬지요. 그러나 웬일인지 종소리는 사월의 그날에 모두에게 축복의 소리를 들려줄 수 없을 만큼 목소리가 탁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종소리의 고민은 계속되었고, 결국 소리새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소리가 시방세계에 울려 퍼진다는 내용입니다. 『삼밭재의 축제』는 꽃 피는 사월에 삼밭재에서 사람들과 초목들이 한데 어울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소태산 대종사님의 대각을 기뻐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연꽃의 미소』『다람쥐 대통령』등 이번 작품 속에 원불교 교법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동화의 나라는 꿈꾸는 환상의 나라입니다. 그 품에 안기면 세상의 번뇌도 시름도 다 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사람, 하늘마음도 만들 수 있고 세상을 맑히는 마술도 있습니다. 또한 세상을 밝히는 초롱 등도 있고 따스하게 안아 주는 어머니의 포스근한 품도 있습니다.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알지 못하다가 어느 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게 돼 행복한 연꽃 이야기’, ‘나 자신을 잊고 언제나 남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사는 다람쥐 이야기’, ‘손에 쥔 욕심 주머니를 놓지 못해 목숨을 잃은 원숭이 이야기’도 있어요. 우리의 마음속에 기도의 강물이 소리 없이 흘러서 나 한 사람이 맑아지고 온 세상이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사는 세상, 우리 사는 교단이 ‘살맛 나는 세상’ ‘은혜로운 세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동화를 읽으면서 ‘우리’라는 지구 공동체를 생각하며 평화롭고 행복한 낙원 세상,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종교의 순기능을 담은 
원불교 동화 작업이 계속될 수 있다면 
세상은 더욱 맑아지고 
소태산 대종사님이 밝혀주신 
개교의 동기, 그 고귀한 의미가 
꼭 실현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을 다하셨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이번 그림 동화책에 담긴 희망이라고 할까요, 이 책이 교화 현장에 어떤 ‘선물’로 남기를 바라시는지요. 
“교화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마음의 안정을 얻게 하고 삶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사랑의 손길로 다가서서 그들로 하여금 삶에서 위로를 받고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하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동화는 환상과 현실의 접목에서 이루어진 산문 문학이라고 합니다. 흔히 동화는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동화는 나이를 초월해 환상의 세계로 다가서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오히려 신산(辛酸)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많이 읽으며 세파를 씻어 내고 허허로운 마음에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동화 속에서 꿈꾸는 환상의 세계, 동화의 나라에 다가설 수 있는 건 아이들에게도 축복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축복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원불교 동화 작품을 통해 세상을 맑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또한 소중한 교화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살아가는 이 시대를 탈종교화 시대라고 합니다. 왜 사람들이 탈종교를 주장하는지, 생각해 보면 종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종교를 찾는 이유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삶과 내세에 대한 불안감, 허허로운 마음을 위로받고 싶고, 내 삶의 궁극적인 경지에 대한 회귀를 염원하며 혼자만의 외로움을 벗어나 따스한 위로를 받고 싶기 때문이죠. 소태산 대종사께서『대종경』부촉품 15장에 밝혀주신 교화·교육·자선 사업을 바탕으로 종교가 역할을 다할 때, 우리 교단은 세계 종교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 동화 발간사업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세상은 더욱 맑아지고 소태산 대종사님이 밝혀주신 개교의 동기, 그 고귀한 의미가 실현되고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나 또 다른 꿈이 있으시다면.
“그동안 교화 현장에서 특별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동화의 세계에도 더 깊이 다가서지 못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제 환상의 나라에서 더욱 자신을 정화하고 너와 나의 정화와 맑아짐을 위해 더 깊이 다가서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유정·무정의 존재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며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 주고,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모두를 사랑하는 길, 모두가 행복한 방법을 찾아 환상의 세계에서 텅 빈 일원의 천 염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꿈꾸는 동화의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에필로그
오늘, 우리는 김홍선 교무의 동화 속에서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더 맑고 밝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거짓 없는 마음, 욕심 없는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 모두는 하늘 사람이 될 수 있음을.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다섯 권의 동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이여원 편집장

4월 1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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