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아우성에 깊이 침잠하며
인의 씨앗이 발아하는 그곳,
‘마음’을 살펴보고 싶은 그때
원불교는 삶의 막장을 뚫고 들어온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었다.
길을 잃었었다. 길은 출구 없는 미로였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을 넘었다. 사업은 뿌리가 약한 갈대처럼 심하게 흔들렸고 기초가 없는 모래성처럼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선의의 피해자들도 발생했다.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고 영혼의 파멸을 맛본 나는 차가운 감옥에 수용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내가 뿌렸던 그릇된 인(因)의 씨앗들이 상극의 열매를 맺은 참담한 결과였다. 고통과 혼돈의 시간 속에서 나를 알아차리며 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심연에서 고동치는 내면의 아우성에 깊이 침잠하며 인의 씨앗이 발아하는 그곳, ‘마음’을 살펴보고 싶은 그때 원불교는 삶의 막장을 뚫고 들어온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었다.
우연히 개벽사상을 다룬 백낙청 선생의 글을 읽었고 그가 쓴 책을 통해 K사상으로 승화한 원불교를 알게 되었다. 원불교 입문서『마음공부 길잡이』와 정산종사님의 말씀인『정산종사 법설』은 읽고 읽기를 수차례, 두 책은 황폐한 영혼을 깨우는 단비가 되어 인생의 플랫폼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나에게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는 티켓이 되어 주었다.
김일상 교무가 쓴『마음공부 길잡이』는 가장 원만한 도덕적 실천종교로써 원불교를 이해하게 해주었고, 정산종사님의 말씀에서는 다시 탯줄을 타고 어머니의 뱃속에 침잠해 본성에 착근한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이곳에 원불교의 종교행사가 있음을 알게되었고, 정기적 종교행사는 물론 이제는 7명의 동료 수용자들과 함께 교리공부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강성운 교무님과 심경화 교도님이 주재하고 진행하는 교리공부를 통해 우리는 대종사님의 말씀인 <대종경>을 함께 봉독하면서 행간에서 진리와 지혜를 찾고 삼학(三學)과 사은(四恩)의 실천적 가르침을 배우고 익힌다. 그야말로 교무님, 교도님, 수용자들이 함께 걸어가는 교학상반(敎學相伴)이자 함께 만들어가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이며 진리와 지혜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이렇듯 고요하고 청정무구한 정신수양, 시시비비를 판단하고 대응하는 사리연구, 받아들임과 버림의 지혜를 소양하는 작업취사의 훈련을 통해 우리는 각자 지난날의 과오를 뼈저리게 참회하고 스스로를 살피며 마음의 근육을 더해 모범적 수용 생활은 물론 건강한 사회복귀를 염원한다.
상서(相書)에도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 신호불여심호(身好不如心好)라는 말이 있다.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라는 뜻으로 외적 수양보다는 마음을 닦는 내적 수양을 강조한 말이다.
대종사님 깨달음의 언어이자 개표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일성 또한 부단히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고 물질 만능과 자본주의 탐욕의 시대에 늘 성찰의 맑은 거울로 삼아야 하는 ‘마음’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나를 수양하는 것,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나의 확신은 상대방에게 독선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자리이타’의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고, 마음에 뿌린 상생의 씨가 관계의 연(緣)을 타고 온 세상에 상생이 과(果) 가득한 낙원세상 열리는 길이어야 할 것이다.
방양수 서울구치소 수용자
7월 3일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