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같은 일 앞에서 같은 생각을 한다. 같은 감정에 휩쓸리고, 같은 선택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야 묻는다. ‘나는 왜 또 이럴까.’ 남수정 교무(교화훈련부 청소년국장)의 책 『나는 왜 같은 방식으로 힘들까』는 바로 이 물음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책이다.
남 교무는 자아초월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교육과 상담 현장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만나온 수행자이자 명상심리 전문가다. 책은 원불교 마음공부를 누구나 이해하고 일상에서 실천하기 쉽게 풀어낸다.
책은 책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오는 11월에는 이 책을 바탕으로 ‘마음공부·명상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연다. 9월에는 원불교를 처음 접하는 청년들과 ‘청년 마음 쉼–오감명상’을 진행했다. 책에서 강사 양성으로, 청년들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남 교무의 마음공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왜 같은 방식으로 힘들까』 제목부터 마음에 와닿습니다(웃음).
“이 책은 ‘마음공부를 실제 삶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마음공부의 중요성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화가 나고 불안이 밀려오는 순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그래서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실제 마음공부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삼학과 무시선 공부법을 바탕으로, 그 공부를 일상에서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담고자 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왜 같은 방식으로 힘들까요.
“우리는 어떤 사건을 만나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 해석에 따라 감정을 느끼고 행동합니다.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삶의 패턴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래서 상황은 달라져도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힘들어집니다. 책에서는 이를 ‘사건–해석–감정–행동’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과정으로 살펴봅니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가’, ‘나는 왜 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가’를 판단하기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알아차림’이 있군요.
“그렇습니다. 알아차림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반복 속에서 자신의 삶의 패턴을 이해하게 되고, 더 깊게는 오랫동안 나를 움직여 온 습관과 마음의 경향을 성찰할 수 있습니다.”
패턴을 발견한 다음은 어떻게 이어지는지요.
“마음공부의 목적은 패턴을 발견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자동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 마음을 바라봅니다. 호흡과 명상을 통해 마음의 힘을 기르고, 익숙했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선택을 해보는 훈련으로 나아갑니다. 정리하면 ‘알아차림–멈춤–바라봄–선택–실천’입니다. 이 작은 훈련을 일상에서 거듭하면서 익숙한 반응에 끌려가지 않고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마음을 챙기고 경계마다 공부하는 원불교의 무시선·무처선 공부와 맞닿아 있습니다.”
마음공부를 오래 하면 힘든 일이 없어지는 건가요(웃음).
“(웃음) 마음공부를 오래 한다고 해서 어려움이 전혀 없는 삶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계를 만나더라도 그 경계에 무조건 끌려가지 않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화가 일어나도 화에 휩쓸리지 않고, 불안이 찾아와도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는 힘입니다. 오래된 습관이 올라오는 순간에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공부가 지향하는 것은 경계에 끌려가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마음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11월에 ‘마음공부·명상 전문강사 양성과정’이 시작됩니다. 과정을 소개한다면.
“교화훈련부 청소년국에서 11월부터 「마음공부·명상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시작합니다. 책의 내용을 개인의 공부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다양한 교육과 교화 현장으로 넓히고 싶었습니다.이 과정은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그치는 연수가 아닙니다. 먼저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고, 원불교 마음공부와 명상을 삶 속에서 직접 실천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청소년·성인 등 다양한 대상에게 마음공부와 명상을 전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진행 방법을 함께 익혀갑니다. 한울안신문의 후원도 큰 힘이 됩니다(웃음).”
과정을 마치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인증기준을 충족한 참가자에게는 사단법인 삼동청소년회 희망숲인성교육센터에서 발급하는「마음공부·명상 전문강사」인증서를 발급할 예정입니다. 과정을 통해 배운 마음공부와 명상을 교당·학교·복지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나누고 지도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국에서 시작하는 과정이지만 마음공부는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공부가 아닙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경계에 끌려가기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기르는 공부입니다. 이 과정에서 양성된 강사들이 각자 현장에서 마음공부와 명상을 전하며,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9월에는 청년들과 ‘청년 마음 쉼–오감명상’을 진행하셨습니다. 오감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9월 1~29일 매주 월요일 저녁, 다섯 차례에 걸쳐 청년들과 함께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모두 원불교를 처음 접하는 청년들이었습니다. 바쁜 직장생활과 학업, 관계 속에서 지친 마음을 돌보고 싶어 찾아온 이들이었습니다.” “오감명상은 단지 ‘좋은 느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향은 좋고 어떤 향은 싫으며, 어떤 소리에는 편안해지고 어떤 소리에는 긴장하는 바로 그때 일어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불교 마음공부로 본다면 일상의 경계마다 일어나는 분별성과 주착심을 알아차리는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마음에는 작은 틈이 생깁니다. 감정과 생각에 그대로 끌려가는 대신 ‘아, 내가 지금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하는구나’ 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 작은 틈에서 익숙한 반응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설 수 있고,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시작됩니다.”
다섯 번의 만남 동안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회기가 거듭되면서 청년들이 조금씩 편안해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긴장된 얼굴로 조심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던 이들이 점차 자신의 감각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 참여자는 마지막 주에 처음보다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마음공부는 특별한 시간에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일 보고, 듣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감정과 생각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그 순간 일어나는 마음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린다면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마음공부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먼저 공부하고, 삶에서 실천하고, 그 공부를 다시 세상과 나누는 일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에필로그
마음공부는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반복되는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어 바라보며, 익숙한 반응 대신 새로운 선택을 해보는 것. 남수정 교무가 책과 강의,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공부는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향한다.
‘나는 왜 같은 방식으로 힘들까.’ 이 물음 하나가 일상을 마음공부의 자리로 바꾼다.
사진·글 이여원 편집장
10월 9일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