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과 공덕
상태바
무상과 공덕
  • 한울안신문
  • 승인 2026.10.13 14:53
  • 호수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한 공덕은 무상의 완성에서 이루어진다
김대은 교도
인천교당

무상이란 우쭐거림도 모욕감도 없는 상태를 이른다. 그래서 칭찬에 의기양양하거나 비판에 기죽지 않으며 얻은 것에 무덤덤하고 잃은 것에 개의치 않는다. 원하는 것을 취하더라도 운으로 여기며 빼앗기더라도 우연으로 치부한다. 그것들은 애초에 내 소유가 아니었으며 잠시 맡아두었거나 본래 주인에게 돌아갔다고 여길 뿐이다.
이는 모두 연기법(緣起法)에 따른 것이므로 선업에 이름을 올리거나 선행에 생색을 낼 문제는 아니다. 본인의 명성을 두텁게 하고 자신의 명예를 크게 할수록 되려 공덕은 폄하되고 훼손된다. 공덕은 인간이 매기는 가치 평가의 결과물로서의 성질을 띤다. 
가령 내가 상대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자각이나 주변에 누(累)을 끼쳤다는 기억이 그것이다. 이 차별심을 내려놓아야, 그래서 투명한 마음을 확보해야 비로소 역설적으로 공덕이 고개를 들고 나를 맞는다. 자기의 자취를 뿌듯하게 자부하거나 성취를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태도와 상관없이 과도한 우월감에 빠지거나, 자신의 잘못을 과도하게 부인하거나 실수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행태와 무관하게 자의적인 자책감에 사로잡혀서는 온전히 공덕을 쌓을 수 없다. 
가치는 사적인 이익보다는 공적인 이익에, 부분적인 혜택보다는 전체적인 혜택에, 일시적인 선의보다는 지속적인 선의에 더 무게를 둔다. 하지만 예컨대 은혜가 아무리 공적이고 전체적이며 지속적이더라고 거기에 분별이 개입되면 자칫 사적이고 부분적이며 일시적인 은혜보다도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혜능이 너와 나를 가리는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 자리에 복덕이 있다고 이른 것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도만 밝히고 그 공(功)을 도모하거나 바라지 않으면 큰 공이 돌아온다고 한 말에 다름 아니다.

10월 16일 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