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주년 특별인터뷰] 신문은 공물이니, 서울교화 촉매제로 계속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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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5주년 특별인터뷰] 신문은 공물이니, 서울교화 촉매제로 계속 나아가라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12.22 17:13
  • 호수 1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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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신문 창간 25주년 특별인터뷰_초대 발행인을 만나다
경산 장응철 상사는 원기80년(1995) 서울교구장으로 부임해 동서부교구 통합으로 인한 소통창구로서 한울안신문을 창간해 초대 발행인을 맡았다. 

 

한울안신문은 원기80년(1995) 4월 14일에 창간해, 수도권 교화의 소통 창구와 교도들의 신앙·수행의 촉매제로서 역할을 부여받아 서울교구 산하의 언론으로 출발했다. 한울안신문이 걸어온 지난 25년은 수도권 교화의 보고였고, 동·서부교구가 통합하여 교구자치화를 실현하는 데 있어 대중의 뜻을 일치시키는 의견교환의 장이었다.

언론의 독립성보다는 교화지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던 역대 임직원들의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다시 그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플랫폼 확장과 시대를 담는 교리 해석이 그 무엇보다 요구됐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울안신문을 창간했던 초대 발행인이자 당시 서울교구장이었던 경산 장응철 상사((耕山 張應哲 上師·81)를 찾아갔다.

솔향 가득한 운봉 상사원은 그동안 오래 방치했던 나무마다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몸의 절반이 잘려 나간 나무들도 있었다. 경산상사는 작업상황을 보고하는 시자에게 “전문가들에게 맡겨야지. 나는 저렇게 과감하지 못해. 내가 몇 가지 당부한 거 있지? 그것 말고는 그 사람에게 맡겨야지”라며 다시 무심으로 돌아온다.

창간 25주년 한 해의 끝자락에서 찾아뵌 기자를 경산상사는 반갑게 맞이하며 한울안신문에 대한 깊은 애정과 당부를 전했다. 인터뷰는 본사 단독으로 지난 15일에 진행했다.

 

-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 속에서 한 해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종법사 재임으로) 다른 동기들보다 10년 정도 더 현직에서 일했다고 이렇게 좋은 곳에서 홍복을 누리고 있는데 빚지겠다 싶지.
 

- 한울안신문은 어떻게 창간되었나요?

내가 서울교구장으로 부임하면서 동·서부 교구가 하나로 통합됐어. 그런데 말이 와전되고 소통이 잘 안 돼. 이거 큰 과제다 싶더라고. 그러던 중 총부에서 교구 재비 몫으로 준 4천만 원이 있었어. 이것을 어디에 쓸까 의견교환을 많이 했지. 여론이 서울 교화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어. 교도들의 공부심을 촉진시키고 정보를 교환하고 사업역량을 키울 수 있게 소통의 창구로서 신문을 만들기로 한 거야. 물론 반대의견도 있었지.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길었어. <원불교신문>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어서 내가 편집장에게 여러 번 당부했지. 총부(교정원) 뉴스는 먼저 다루지 마라. 사회 이슈도 되도록 다루지 말고 교도들의 신앙수행을 촉진하는 신문이 되라고 했지. 신문은 공물이니 편향돼서 보도하지 말라고 자주 말했어.

그때는 참 어려운 시기였지. 금요일에 신문이 나오면 주말에 교구 전 직원이 도와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당마다 신문을 배달했어. 일요법회 때 교도들에게 신문을 나눠줘야 하니까. 그러니 편집장이 2년 하면 지쳐버리지. 유가지로 할 것인가, 무가지로 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많았는데 교화지원이라 생각하고 무가지로 가자고 했지. 그때나 지금이나 교도들은 자기 얼굴, 자기 이름 나오는 것을 좋아해. 사람 마음은 다 똑같아.
 

당시 교단은 교구자치제 실행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서울교구는 각 교당마다 원거리 교도들이 많아 지역교화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교당 인근에 사는 교도를 발굴하고 ‘우리 동네 부처님 동네’라는 노래도 만들어 불렀다. 경산상사가 작사한 곡이다. 그 뒤에서 한울안신문이 보조를 맞추며 걸어온 세월이 25년이었다.
 

- 창간 25주년을 맞이하는 한울안신문에 대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신문 제호에 담긴 뜻처럼 서울교구를 ‘한 울타리’ 만드는 데는 음으로 양으로 한울안신문이 큰 역할을 했지. 만일 한울안신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직·간접으로 교화에 촉매제 역할도 했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어. 우리 교단이 언론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부분이 있긴 해도 언론을 권력이라 하는 데는 그만큼의 역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본래 취지에 맞게 잘 운영하면 돼. 비용을 적게 주면서 일은 많이 하라고 하니까 힘들긴 할 거야. 그래도 그 안에서 재가 청년들도 나오고 출가자도 나왔어. 지금도 기쁘게 생각해.
 

- 코로나19로 온라인 교화가 앞당겨지면서 한울안신문도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한울안신문도 유튜브 운영을 하지? 앞으로 시대는 활자와 영상이 같이 가야 할 것 같아. 영상은 감각을 중시하고, 활자는 의미를 중시하잖아. 지금 시대는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사회로 가고 있어. 둘이 잘 결합하면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 같아. 사람도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를 이루면 품격이 있잖아. 우리 교법의 핵심도 쌍전과 병행이니 이를 잘 조화시켜 개인의 품격도 높이고 사회도 발전시켜 가야지. 어느 하나 도외시하면 안돼.

경산상사는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지금의 위기가 물질문명과 도덕문명이 조화를 이루고,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와 동양의 공동체 문화가 잘 결합하여 새로운 문명세계를 여는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뜻글과 소리글을 다 가진 한글이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우수성이라며 소태산 대종사께서 ‘한국이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된다고 하셨으니 원불교가 융합과 이사병행의 교법을 실천해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산상사는 퇴임 후 운봉 상사원에서 휴양을 하며 찾아오는 후진들에게 법문을 전하는 것으로 낙을 삼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코로나 감옥에 갇혀 살면서도 잘 몰라.

백신이라는 것도 치료제이지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야.

그 처방이란 것은 살생을 적게 하고

생태계 교란을 적게 하는 방법으로 과학을 발달시키는 거지.

그리고 일체 만물이 한 울안 한 이치임을 알아야 해.

- 이사병행의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알려주세요

과거에는 지도자 한 사람만 잘하면 됐는데, 이제는 민중이 같이 잘해 줘야 해. 종교도 시대화·생활화·대중화된 새로운 패턴으로 가야지 그러지 않으면 점점 퇴보하게 돼. 교법과 내 생활을 밀착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유무념 대조야. 유무념 대조를 통해 교법과 생활을 일치시켜야 해. 그 방법이 정기훈련이고 상시훈련에서 말한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이지. 주의심과 유무념 대조, 공부심이란 말이 다 같은 뜻이야.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이란 표어가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어. 원불교 교법에 대조하면 견성 가지고는 명함도 못 내밀어. 실천해야지.
 

- 코로나19가 모든 종교를 똑같은 출발선상에 놓았다는 얘기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교단의 집단지성이 요구되는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뉴노멀의 시대, 한울안신문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신문에서 교도들의 체험담이나 담론문화를 만들어가면 좋겠어. 새로운 시대,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대해 원불교적 시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논의하고 실천해 가는 그런 담론의 장이 돼야 해. 새로운 현상에 대한 이론화 과정이나 수용화 과정이 부족하면 보물을 가지고 있어도 써먹지를 못해. 특히 서울이라는 지성사회에서 원불교 교법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처방하는 노력이 필요해.

원불교 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원불교 시각으로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해야지 불교 해탈의 관점에서만 얘기하면 원불교 문화가 발전이 안 돼. 소태산 대종사께서 공화제도를 말씀하신 뜻을 잘 헤아려 봐. 공화제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른지, 뇌과학과 마음의 관계, 생명과 영생(삼세)의 문제 등 여러 분야의 지성인들을 모시고 치열하게 담론해야 해. 한울안신문이 촉매제가 되면 좋겠어. 사실 그건 원불교 전체의 문제지. 그래도 한울안신문이 서울에 있으니까 조금 무겁더라도 해야 해.
 

-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이 시대 담론들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주신다면?

과학문명은 ‘인류애’를 통해 아주 빠르게 발달해 왔지만 ‘사생일신(四生一身)’의 마음을 챙기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어. 인류가 그동안 살생을 너무 많이 했어. 아스피린 하나 만드는 데도 얼마나 많은 쥐가 희생당했겠어. 그 업보가 사람한테 온 거야. 그런데 코로나 감옥에 갇혀 살면서도 잘 몰라. 백신이라는 것도 치료제이지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야. 그 처방이란 것은 살생을 적게 하고 생태계 교란을 적게 하는 방법으로 과학을 발달시키는 거지.

그리고 일체 만물이 한 울안 한 이치임을 알아야 해. 소태산 대종사께서 깨달음을 얻고 ‘만유가 한 체성이요,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생멸없는 도와 인과보응의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라고 한 뜻을 알아야 해. 부처님도 ‘네가 있음으로 내가 있고, 내가 있음으로 네가 있다’고 했어. 그것이 사은이고 불공이지. 범불교적 포용정신을 가져야 해.

기후위기도 마찬가지야.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는 운동을 해야 해. 앞으로는 전염병이 생기면 세계적인 문제가 되니까 개인이나 국가도 노력해야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라든지, 유엔이라든지, 세계보건기구 등 세계기구가 더 힘을 가져야 해.
 

- 경산상사님 하면 ‘마음공부’ ‘용심법’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코로나 블루를 어떻게 극복해 가야 할까요?

수행정진이란 말보다 마음공부란 말이 확실하게 다가오잖아. 대종사님의 화법은 명확해. 이인의화 할머니(선진)와의 문답에서도 ‘우리 교는 일체유심조를 가르친다’고 하잖아. 그래서 나는 조(造) 공부를 잘해야 할 것 같아. 일체가 다 마음이 짓고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해.

마음이 우울하면 명랑한 노래를 부르고, 희망이 없으면 교전을 보고 희망을 찾고, 의욕이 없으면 열심히 사는 사람 옆에 가고, 신심이 가라앉으면 신심 있는 사람 곁에 가서 공부를 해봐. 자기 마음 다스리는 조 공부를 잘해야 해. 마음을 찾고, 그 마음에 머물고, 그 마음 가지고 불공하는 것이 삼대력 공부잖아.

말이나 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해. 그래서 용심법 훈련이라고 하셨지. 혼자서 못하면 교화단으로 하면 돼. 소집단 운동을 많이 했으면 해. 국내에 혼자 사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30%가 넘는다고 하잖아. 교화단 가족을 만들면 그것이 사회구원의 촉매제가 될 것 같아. 교화단 안에서 외로움도 해소하고 마음공부도 하면 좋겠어.
 

안분역행(安分力行) 했으면 좋겠어.

분수에 편안하기만 하면 발전이 없으니까

분수에 맞게 애를 써야지. 그리고 교법과

소태산 대종사님에 대한 신성으로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어

- 경산상사님의 심락(心樂)은 무엇인가요?

묵필우(墨筆友)가 가장 가까운 벗이 됐어. 그리고 무심선락(無心禪樂)의 심경을 가지려고 하지. 좌선할 때만 선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그 자리가 바로 천상락이잖아.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갔으니까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

최근에는 자연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껴. 꼭 나무를 보고 산을 봐서가 아니라 마음이 자연스러워지니까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 같아. 이렇게 가끔 오는 손님들과 담론하는 것도 재밌고…. 방외유객이라고 하잖아. 수도인들이 가지는 즐거움 같아. 욕계·색계·무색계를 벗어나면 방외유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 원불교 100년 성업의 결실로 신축된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역할을 여쭙고 싶습니다

기념관 신축을 결정할 때는 소태산 대종사께 보은하자는 마음이 첫 번째였고, 그다음에는 활불도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익산 총부는 수행정진도량이라면 서울 기념관은 활불도량을 만들어 동정이 잘 조화를 이뤘으면 했지.

또 하나는 소태산 대종사를 알리고 싶었어. 건물 이름을 자주 부르다 보면 교화가 되니까 서울교구청을 중심으로 그곳을 활불도량으로 만들어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어. 마지막으로 남북통일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서울이란 지역은 대단히 중요하니까, 결국은 서울교화가 살아나야 한다고 보았지.
 

- 한울안신문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교단과 교구가 한 몸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그래서 낙원세계 건설의 촉진제가 돼야 해. 좋은 소리 많이 해서 개인도 감사생활 해야 하지만 한울안신문도 감사생활 해야 해. 그동안 한울안신문이 역할을 많이 했어. 누가 와서 물어보면 나는 우리 교단도 신문이 두 개 있다고 꼭 자랑해.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재정자립해서 기자도 많이 뽑고 하면 좋겠지만…. 가난하니까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겠지.
 

- 재가출가 교도들과 젊은 후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안분역행(安分力行) 했으면 좋겠어. 분수에 편안하기만 하면 발전이 없으니까 분수에 맞게 애를 써야지. 그리고 교법과 소태산 대종사님에 대한 신성으로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후진들에게는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이란 공부표준을 전하고 싶어. 근본에 힘쓰다 보면 반드시 성공의 길이 열릴 거야.
 

사회·정리=강법진 기자

1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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