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물질의 노예시대, 사람이 희망 되려면 ‘은생어해’로
상태바
[신년인터뷰] 물질의 노예시대, 사람이 희망 되려면 ‘은생어해’로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2.01.05 17:30
  • 호수 1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산 한덕천 서울교구장
이산 한덕천 서울교구장

 

서울교구는 지난 3년간 교구청 신축 불사와 함께 ‘동행, 재가출가가 함께하는 활불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교화정책 10대 과제를 선정하여 이를 위한 부단한 행보를 이어왔다.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난제에 부딪혀 교화의 어려움도 겪었지만, 코로나가 앞당긴 온라인교화, 지역 기반 연합활동, 사축이재 동행 프로젝트 등은 역경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피워낸 돌파구였다. 원기107년(2022) 임인년 새해를 맞이해 향후 3년간 서울교화 100년을 설계해 나갈 한덕천 서울교구장을 만나 원불교 서울교화의 방향과 삶의 지혜를 들어본다.
 

사회ㆍ정리=강법진 기자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는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임인년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라는 노랫말이다. 범은 민첩하고 용맹 있는 리더십을 가진 동물이다. 우리 주변에 범과 같이 무서운 것이 코로나19가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합력해서 호랑이와 같은 열정과 리더십으로 코로나19의 난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해 갔으면 한다. 또한, 호랑이와 같은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 희망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특히 물질의 노예화시대에 우리 교법이 길이요, 빛이요, 희망이란 확신을 가지고, 이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지 화두로 삼아보자. 우리는 해에서도 은혜가 나온다는 ‘은생어해(恩生於害)’의 이치를 믿는 원불교인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 할지라도 사람이 희망이라는 믿음을 가졌으면 한다. 원불교인들이 희망을 전하는 전법사도가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낙원세계의 길로 한 걸음 더 다가가지 않을까.”


코로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종교지도자로서 한 말씀 해주세요.

“종교라고 하는 것은 인류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생겨났고, 제불제성은 그 길을 열어준 분이다. 종교가 세상에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라는 것을 자각하여 모든 성직자와 종교인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하나로 살아가야 한다. 그 하나 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동체대비의 삶이 세상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것이 종교가 인류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이다.”


서울교화가 살아나야 원불교 교화가 살아난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유는?

“수도 서울은 외적으로 정치·문화·경제 등 모든 분야가 집중되어 있고, 수도권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곳이다. 교단 내적으로는 원불교의 핵심역량이 서울교구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수도권교화가 살아나지 않으면 전반적인 원불교 교화가 살아나기 어렵다. 또 하나, 원불교 교화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성숙한 공부인들이 많이 배출돼야 하고, 우리 교법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느냐에 따라 교화의 성공과 쇠락을 좌우하는데 원불교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서울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서울교화를 살려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 할지라도

사람이 희망이라는 믿음을 가졌으면 한다.

원불교인들이 희망을 전하는 전법사도가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낙원세계의 길로

한 걸음 더 다가가지 않을까.

서울 교정원과 서울교구가 합력을 잘해야 할 것 같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을 신축할 때 익산시대를 벗어나서 서울시대를 열자는 큰 틀에서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했다. 그것을 구현하려고 보니까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장애요소는 극복해 가는 것이지, 장애요소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일을 주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길게 봐서는 교정원 중심의 교화를 극복하고 교구자치제를 실현해야 한다.”


향후 3년이 서울교화의 변곡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비전은?

“원기109년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서울(당시 경성)에 첫발을 내딛고 교화의 씨앗을 뿌린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동시에 교단 4대를 여는 출발점이다. 지난 2년은 코로나19로 우리가 목표한 바를 다 실현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행, 재가출가가 함께하는 활불공동체’를 지속하여 일차적으로 원불교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고 그 자긍심이 교단의 희망이 되게 해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교화기획위원회에서 제시한 교구 정책 10대 과제를 통해 △첫째, 특성화 교당을 발굴·육성하여 교화를 다양화하고 그 교화력이 서울 교화를 추동해가도록 할 것 △둘째, 대면과 비대면이 공존하는 올라인(All-Line) 교화를 구축하여 교화의 다변화를 개척하고 미래 시대와 공존하는 교화를 할 것 △셋째, 문화교화를 통해 대중의 공감력을 높일 것 △넷째, 정식법강항마위 후보자훈련을 통해 도미덕풍(道味德風)을 불릴 것. 정산종사께서는 ‘선무수도 천하귀도(先務修道 天下歸道)’라 하여 ‘먼저 수도에 힘써야 천하가 이 도에 돌아온다’고 했다. 법풍(法風)을 일으켜 법의 맥박을 살려내고자 한다. △다섯째,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교구의 역할을 찾아 대외적인 호감도를 높이는 일을 발굴·육성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교구와 교당, 지구와 교당, 출가와 재가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핵심은 경청과 소통에 있다. 서울교구는 ‘동행! 재가출가가 함께하는 활불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지자본위의 교법을 교구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서울교구는 지구 중심으로 교당이 연합하여 교화하도록 법을 제정하고, 지구 단위의 연합교화를 권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구사무국은 ‘어떻게 교당교화를 도울까?’ 하는 화두로 교화기획위원들과 함께 연구하고 개발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삼을 것이다. 더불어 디지털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참여형 신앙과 수행공동체를 구현하고자 한다. 교구의 교화방침과 교화지원이 교도들에게까지 잘 전달되고, 교도들이 원하는 교화가 교당을 통해 실현되도록 교구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하여 교구자치제의 초석을 놓을 계획이다.”


임인년은 교단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3월 대선을 앞두고 종교의 역할을 짚어본다면?

“종교와 정치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고 했다.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데 큰 축이기 때문이다. 다만, 종교는 옳은 지도자가 선출되어 바른 정치가 행해지도록 늘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종교가 정치와 너무 가까이하면 종교의 본분을 잃을 수 있고, 너무 멀리하면 사람과 사회를 잃을 수 있다. 나라의 밝은 미래와 국운을 위해 늘 기도하고 안내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나는 늘 기도한다.

‘함양대원기(涵養大圓氣) 보보초삼계(步步超三界)
함양대원기(涵養大圓氣) 염념도중생(念念度衆生) 하여

무등등한 대각도인, 무상행의 대봉공인이 되게 하옵소서.’

서울교구에 새로 부임한 출가교역자들에게 하고픈 말씀은?

“‘나는 누구인가?’‘나는 왜 출가를 했는가?’라는 서원반조·목적반조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출가자들은 그 어느 것도 성불제중의 목적보다 우선할 수 없다. 나는 교화자로서 늘 ‘先務修道 天下歸道’라는 정산종사의 말씀을 반조하며 살아간다. 수도에 힘쓰는 교무와 교당환경이 먼저 만들어지면 교도들은 감화가 될 것이며, 교화도 저절로 이어질 것이다. 오직 자신의 성불을 위해 정진하고, 제중을 위해 전념하면 좋겠다. 또한, 배우기를 좋아했으면 한다. 배우고 공부하지 않으면 본인도, 교화도 성장할 수 없다.”


힘들 때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역경이 오히려 은혜가 아닐까 한다. 역경이 올 때 마음을 키우고 역량도 키울 수 있다. 힘들 때일수록 긴장감을 고조시켜 ‘이 일을 어찌할꼬?’에 몰입하다 보면 지혜를 얻게 된다. 물론 감당하지 못할 스트레스가 누적되지 않도록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경계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언제가 가장 행복하세요?

“나는 도를 구하고자 출가했다. 처음에는 많은 방황을 했지만 〈대종경〉 요훈품 2장 ‘수도인이 구하는 바 세 가지’를 통해 내가 찾는 도의 길을 확인했고, 오직 이를 얻는 데 한 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평소에 ‘무엇을 믿고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 영겁의 길을 인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양대원기(涵養大圓氣)하여 보보초삼계(步步超三界)하고, 함양대원기(涵養大圓氣)하여 염염도중생(念念度衆生)하여, 무등등한 대각도인과 무상행의 대봉공인이 되게 하옵소서!’라고 늘 기도한다. 삶의 길이 뚜렷하고 생생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내가 가는 곳마다 의미 있는 사람이 될 때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의미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항상 노력한다.”


〈한울안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씀은?

“한울안신문은 교화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교구와 교당 그리고 독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바람이 있다면 한울안신문을 통해서 신앙공동체, 교화공동체가 더욱 결속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향후 한울안신문은 지면과 영상을 결합하여 더욱 업그레이드된 미디어 교화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독자들이 한울안신문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켜가는 산 경전으로 삼았으면 한다.”

 

1월 7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